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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세금도 소멸시효에 걸리나요?

칼린츠 2023. 1. 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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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도 소멸시효에 걸리나요?

 

국가가 세액을 결정하고 확정했다면 국가는 이제 납세자에게서 세금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 납세자한테서 강제로 받아낼 수 있다는 거죠. 이걸 국가의 징수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징수권은 소멸시효에 걸립니다. 국가가 오랫동안 징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사라지는 것이죠. 납세의무자는 납세의무를 벗어나게 됩니다. 

징수권의 소멸시효 기간과 기산점

 

자, 그럼 얼마나 지나야 소멸시효가 완성될까요? 국세는 일반적으로 5년입니다. 단, 5억원 이상의 국세는 10년입니다. 지방세는 원래 얼마인지 상관없이 5년이었는데, 법이 개정되어 2020년 1월 1일부터 5천만 원 이상은 10년입니다. 

 

언제부터 5년, 10년인 걸까요? 국가가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5년 또는 10년입니다. 납부기한까지는 국가가 징수할 수 없으니, 그 "행사할 수 있는 때"란 정확하게는 '납부기한의 다음 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조문에도 그렇게 쓰여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세기본법 제27조(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① 국세의 징수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권리(이하 이 조에서 “국세징수권”이라 한다)는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이 경우 다음 각 호의 국세의 금액은 가산세를 제외한 금액으로 한다.  
1. 5억원 이상의 국세: 10년
2. 제1호 외의 국세: 5년
② 제1항의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이 법 또는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에 따른다.
③ 제1항에 따른 국세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는 다음 각 호의 날을 말한다.  
1. 과세표준과 세액의 신고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확정되는 국세의 경우 신고한 세액에 대해서는 그 법정 신고납부기한의 다음 날
2.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부가 결정, 경정 또는 수시부과결정하는 경우 납부고지한 세액에 대해서는 그 고지에 따른 납부기한의 다음 날
④ 제3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날은 제1항에 따른 국세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로 본다.
1. 원천징수의무자 또는 납세조합으로부터 징수하는 국세의 경우 납부고지한 원천징수세액 또는 납세조합징수세액에 대해서는 그 고지에 따른 납부기한의 다음 날
2. 인지세의 경우 납부고지한 인지세액에 대해서는 그 고지에 따른 납부기한의 다음 날
3. 제3항제1호의 법정 신고납부기한이 연장되는 경우 그 연장된 기한의 다음 날

 

정리해봅시다. 원칙적으로 납부기한의 다음 날부터 5년 또는 10년이 지나면 징수권은 시효로 소멸하고,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도 사라집니다.

 

 

 

소멸시효의 중단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됩니다. 국가가 소멸시효 기간 동안 어떤 ‘행위’들을 하면 소멸시효 진행이 중단되기 때문입니다. 소멸시효가 중단되면 그동안 진행되었던 소멸시효 기간이 '리셋'됩니다. 다시 5년 또는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가야 국가의 징수권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사유들은 국세기본법에 나옵니다. ① 납부고지, ② 독촉, ③ 교부청구, ④ 압류가 있습니다. 

 

국세기본법 제28조(소멸시효의 중단과 정지)
① 제27조에 따른 소멸시효는 다음 각 호의 사유로 중단된다. 
1. 납부고지
2. 독촉
3. 교부청구
4. 압류
② 제1항에 따라 중단된 소멸시효는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난 때부터 새로 진행한다.
1. 고지한 납부기간
2. 독촉에 의한 납부기간
3. 교부청구 중의 기간
4. 압류해제까지의 기간

 

① 납부고지 : 납부고지란 관할 세무서장이 국세의 과세기간, 세목, 세액, 산출 근거, 납부 기간, 납부 장소를 적은 납부고지서를 발급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러저러한 조세채무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확인·통지해서 그 채무를 확정하는 거죠.

 

만약 납세자가 세금 신고를 해서 조세채무는 확정됐는데, 그 신고세액을 자진납부하지 않아 과세관청이 그 미납세액을 납세고지서로 징수한다면 소멸시효가 중단됩니다.

 

② 독촉 : 납세자가 세금을 안내면 국가는 독촉장을 보내서 세금을 내라고 독촉합니다. 독촉만으로도 소멸시효가 중단됩니다. 독촉장에 적힌 납부기간이 지나면, 다시 새롭게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야 조세채무가 없어지는 거죠.

 

그런데 국가가 한번 납부 독촉을 하고 나서 똑같은 내용으로 여러 번 독촉을 하였더라도 처음에 한 독촉만이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됩니다.[각주:1] 즉, 여기서 말하는 독촉이란 납부기한이 지난 뒤 맨 처음 보내는 법정 독촉장으로 하는 걸 뜻합니다.

 

③ 교부청구 : 이건 과세관청이 이미 진행중인 강제환가절차에 가입하여 배당을 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강제집행에서 배당요구와 같은 것이죠.[각주:2]

 

④ 압류 : 계속 세금을 안 내면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재산을 압류할 겁니다. 압류가 되어도 소멸시효가 중단되고, 그 압류가 해제되면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합니다.

 

그리고 세무공무원이 압류를 하려고 체납자의 가옥ㆍ선박ㆍ창고 기타의 장소를 수색하였으나 압류할 목적물을 찾아내지 못하여 압류를 실행하지 못하고 수색조서를 작성하는 데 그쳤더라도 소멸시효는 중단합니다.[각주:3]

 

○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다12419 판결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외에 '압류'를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압류'란 세무공무원이 국세징수법 제24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 납세자의 재산에 대한 압류 절차에 착수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세무공무원이 국세징수법 제26조에 의하여 체납자의 가옥ㆍ선박ㆍ창고 기타의 장소를 수색하였으나 압류할 목적물을 찾아내지 못하여 압류를 실행하지 못하고 수색조서를 작성하는 데 그친 경우에도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산넘고 물건너 왔네요. 이렇게 국세기본법이 정한 시효중단 사유 없이 무사히 시효기간이 지나갔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대법원이 2020년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놓았거든요.

 

 

 

민법의 소멸시효 중단사유 준용

 

민법은 일반 사법관계에 적용되는 일반법입니다. 민법도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청구, 압류(가압류, 가처분), 승인입니다.

 

민법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그런데 대법원은 아래 판결에서 조세채권도 성질상 민법이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다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법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정하고 있는 ‘청구’도 그것이 허용될 수 있는 경우라면 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규정한 사유들에 의해서는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하여 왔음에도 조세채권이 실현되지 않은 채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이제 국가가 세금을 내지 않는 납세자에게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와 같이 소송을 제기해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국세기본법이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없었더라도 민법이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있다면 국가의 징수권은 소멸시효 진행이 중단되는 것입니다.

 

○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7두41771 판결
국세기본법은 민법에 따른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조세채권도 민사상 채권과 비교하여 볼 때 그 성질상 민법에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호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제한적ㆍ열거적 규정으로 보아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호가 규정한 사유들만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와 문언 내용 등에 비추어, 민법 제168조 제1호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청구'도 그것이 허용될 수 있는 경우라면 구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 (중략) …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규정한 사유들에 의해서는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하여 왔음에도 조세채권이 실현되지 않은 채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대법원 1999. 7. 13 선고 97누119 판결 [본문으로]
  2.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44834 판결 [본문으로]
  3.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다12419 판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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