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기초강의

[민법입문:계약법] 손해배상① - 금전배상주의, 손해의 종류, 손해배상 범위

칼린츠 2020. 4. 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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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입문:계약법] 손해배상①  - 금전배상주의, 손해의 종류, 손해배상 범위

 

 

1. 금전배상주의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을 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자. 손해배상청구란 ‘당신의 잘못으로 내가 손해를 입었으니, 그 손해를 돈으로 갚아달라는 청구’이다(제394조). 

그 손해를 ‘돈’으로 갚아달라고 청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민법은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을 하였을 때 그 물건을 수리하거나 대체물을 구해오라는 등 원상회복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깔끔하게 돈으로 갚으라고 명한다. 원상회복의무보다는 돈으로 처리하는게 권리구제가 신속하기 때문이다. 이걸 금전배상주의(金錢賠償主義)라고 한다. 채무불이행한 자들이여, 배상은 돈으로 해주세요.

손해배상청구권은 꼭 채무불이행이 성립해야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불법행위를 당했을 때, 담보책임이 성립하였을 때, 원시적으로 불능인 목적을 계약으로 체결하였을 때 등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는 다양하다. 여기서는 손해배상의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한다. 다른 파트에서 특별히 문제되는 건 해당파트에서 따로 설명하련다. 

 

 

 

2. 어떤 손해를 배상해야 할까

손해배상은 '손해'를 배상하는 거다. 그러니 일단 '손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생각해보면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자는 다양한 손해를 입는다. ① 임대인이 빌려주기로 한 원룸을 제때 제공하지 않았다. 임차인은 원룸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것은 분명 손해다. ② 의사가 환자를 부주의하게 치료했다. 환자의 건강상태가 나빠졌다. 이것도 손해다. ③ 공사수급인이 건물을 이상하게 지어놨다. 건물에 하자가 생겼다. 도급인은 손해를 입는다.

 

이렇게 손해는 다양하므로 몇가지 기준으로 묶어 분류할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지 알아두는 것도 좋지만, 이런 분류를 '왜'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법학적 개념은 모두 그걸만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⑴ 먼저, 재산적 손해와 비재산적 손해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아스카짱 피규어를 인터넷을 주문했다. 도키메키한 마음으로 상자포장을 뜯었다. 그런데 웬걸? 아스카짱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키사마!!!!). 

 

나는 피규어의 제 값을 지불했는데 하자 있는 피규어를 얻은 것은 재산적 손해이다. 그리고 아스카짱의 다리가 부러져 있어 심장 밑이 아련하게 아파오는 것은 비재산적 손해이다. 

 

특히, 그 비재산적 손해가 정신적 손해일 수 있다.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지급하는 손해배상금을 위자료(慰藉料)라고 부른다. 많이 들어봤지?


⑵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로 나눌 수도 있다. 

적극적 손해는 기존에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재산이 감소하는 것을 말하고, 소극적 손해는 채권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말한다. 

 

의사가 실수로 환자에게 잘못된 치료를 했고, 환자의 다리가 절단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하자. 환자의 노동능력이 감소한다. 그는 이제부터 예전과 같은 수준의 소득을 벌지는 못할 거다. 이러한 향후 소득 감소는 소득적 손해다. 

 

⑶ 이행이익 손해와 신뢰이익 손해로 구별할 수도 있다. 

이행이익 손해’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채권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얻지 못해 생기는 손해이다.


예를 들어보자. 갑이 을에게서 빌딩을 사기로 했다. 계약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갑은 여러 이익을 얻는다. ① 그 빌딩에 세를 놓아 월세를 따박따박 받아먹을 수 있다. ② 그 빌딩을 몇 년간 푹 묵혀두면 빌딩 가격이 상승하는 이익도 노려볼 수 있다. ③ 이 빌딩을 구입하였으니, 이제 다른 빌딩을 알아보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것도 이익이라면 이익이다. 

이처럼 계약이 이행되었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이행이익이다.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을 하면 채권자는 이행이익을 침해당한다.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을 하였을 때 채권자가 구하는 손해가 바로 이 이행이익 손해다. 

반면, 신뢰이익 손해’란 계약이 무효인데도 유효라고 믿어서 생기는 손해이다. 

만약 갑이 을에게서 빌딩을 사기로 했는데, 그 계약에 애초부터 무효사유가 있었다고 하자. 갑은 무효인 줄도 모르고 여러 비용을 지출했다. ①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종이와 펜을 샀다. ② 계약장소까지 가느라 택시비도 썼다. ③ 다른 사람이 빌딩 더 싸게 판다고 했지만 이미 을에게서 빌딩을 사기로 약속했으니 그 제안을 거절했다. 모두 갑이 을과 맺은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어서 입은 손해다. 신뢰이익 손해다.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은 이행이익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것이지, 신뢰이익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손해배상은 채권은 유효한데 상대방이 불이행을 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이익 손해는 애초부터 채무가 무효였던 상황을 전제하므로, 두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신뢰이익 손해는 언제 청구할 수 있느냐? 민법 제535조는 신뢰이익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한다. 두 사람이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체결 당시부터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수 있다. 예컨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사고파는 계약을 맺은 경우다. 이때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과실 없이 몰랐던 사람은 상대방에 대하여 신뢰이익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제535조 제1항 본문).[각주:1]  

 

 

 

3. 손해배상의 범위

 

앞서말했듯, 채무불이행으로 청구할 수 있는 손해는 이행이익 손해다. 그러나 이행이익 손해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러니 손해배상범위를 한정해야 한다. 자칫, 배상범위가 끝도 없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A가 건축가 B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약정기한이 한참 지났는데도 B가 완공을 못했다. ① A는 약정일이 되었는데도 자신이 집을 쓰지 못하는 손해를 입는다. ② A의 지인은 집이 완공되면 그 상태를 보고 구입한다고 했는데, 완공이 안되어 집을 팔지도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 ③ A는 있을 곳이 없어 주변 호텔에 투숙하였다. 호텔비를 썼으므로 손해를 입었다. ④ 그 호텔에서 갑자기 화재가 일어났다. A는 화상을 입는 신체적 손해도 입었다. ③ 그 뒤 A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다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시 한번 손해를 입었다. 

 

따지고보면 B가 제때 완공을 못한 것이 모든 손해의 발단이다. 위 손해는 채무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입은 손해이니, 모두 이행이익 손해다. 그렇다고 B가 A의 호텔비, 치료비, 교통사고 처리비용까지 모두 물어줘야 한다면 너무 부당하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손해배상범위가 무한정 늘어난다. 

 

그래서 민법 제393조가 있다. 채무자는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물어주면 충분하다.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가 생긴 경우는 채무자가 그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한다.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여기서 통상손해는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특별손해는 채권자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생기는 손해다. 알고 있다. 두루뭉술하다는 거. 둘을 명확히 꼬집어 말할 순 없다. 무엇이 통상손해이고 무엇이 특별손해인지는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게다.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를 다룬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각주:2]  

 

<통상손해 인정 판례>

매매계약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책임의 범위는 이행불능 당시 매매목적물의 시가 상당액이 통상의 손해에 해당한다. 

②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물건이 훼손·멸실된 경우 원칙적으로 훼손 당시의 수리비나 교환가격을 통상의 손해로 보아야 하되, 훼손으로 수리가 불가능한데 그 상태로 사용가능하면 교환가치 감소분이, 사용이 불가능하면 물건의 교환가치가 통상의 손해기고,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수리비가 통상의 손해이다.[각주:3] 

③ 물건의 인도의무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물건을 사용 수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물건의 임료 상당액이 통상의 손해이다. 
<특별손해 인정 판례>

물건을 전전 매매함으로써 얻는 이익, 즉 전매이익은 특별손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각주:4]


매매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다음에 목적물의 시가가 등귀한 경우에 채무자가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이를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로 보아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행불능 당시의 시가가 계약 당시의 그것보다 현저하게 앙등한 경우에는 그 가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각주:5] 

③ 계약불이행의 경우에 정신적 손해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 파악하고 있다. 가령 “일반적으로 건물신축도급계약이나 임대차계약 등에서 수급인이나 임대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로 인하여 상대방이 받은 정신적 고통은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루어짐으로써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상대방이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고, 수급인 등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각주:6] 

 

  1. 제535조(계약체결상의 과실) ①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배상액은 계약이 유효함으로 인하여 생길 이익액을 넘지 못한다. ②전항의 규정은 상대방이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본문으로]
  2. 양창수, 김재형 공저, 계약법 제2판 447~449면 [본문으로]
  3. 대법원 1970. 9. 22. 선고 70다649 판결,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13008 판결, 대법원 199. 1. 26. 선고 97다39520 판결. [본문으로]
  4. 대법원 1967. 5. 30. 선고 67다466 판결,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본문으로]
  5. 대법원 1967. 11. 28. 선고 67다2178 판결, 대법원 1978. 1. 10. 선고 77다963 판결, 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0163 판결 [본문으로]
  6. 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19115 판결,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59779 판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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