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기초강의

[민법입문:계약법] 담보책임 - 담보책임 종류, 타인권리 매매, 하자담보책임

칼린츠 2020. 4. 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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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담보책임이란 무엇인가

 

 

일찍이 김수영 시인은 외쳤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하고. "왜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는가"하고. 


그러나 김수영 시인이 분개하는 건 당연하다. 김수영 시인은 갈비를 공짜로 주문한 게 아니다. 매매는 유상계약이다. 받은 만큼 돈을 낸다. 물건과 대금 사이에는 균형이 있다. 내가 만오천원의 갈비탕을 시키면 정상적인 갈비탕을 받으리라 기대한다. 만약 만오천원짜리 갈비탕을 시켰는데 그 안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거나 갈비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고 하자. 물건과 대금 사이 균형이 파괴된다. 


이렇게 대가성이 무너지는 걸 민법이 용인할 수 없다. 이걸 놔두면 사람들은 무서워서 물건을 마음 놓고 사지 못한다. 심하면 매매계약 자체를 활용하기 꺼릴 것이다. 오십원짜리 갈비를 주문했는데 기름덩어리만 나오는 일은 사소하지 않다. 그래서 민법은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규정한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자신이 넘기는 권리나 물건에 흠결이 없도록 책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10만원을 주고 나한테서 사과 2박스를 주문했다. 그런데 내가 사과 1박스만 보냈다든지(권리의 하자), 사과가 죄다 벌레 먹었다고 하자(물건의 하자). 당신은 대가성이 파괴된 걸 이유로 나에게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매매계약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건과 대금 사이에 대가성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유상계약에서 실현해야할 공통적인 과제다. 가령 월세 계약할 때를 떠올려보자. 내가 어떤 원룸을 보고 월세 50만원이 적당한 것 같아 계약했다. 그런데 나중에 원룸에 들어가서 살아보니 보일러가 안 돌아간다든지, 수도가 파손되었다든지하여 하자가 있다면 환장할 노릇이다. 따라서 매도인의 담보책임은 모든 유상계약에 준용된다(제567조). [각주:1]

 

 

 

2. 담보책임의 종류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지는 경우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팔기로 한 '권리'에 하자(흠결)가 있는 경우다. 가령 이런 경우를 말한다. ⑴ 매도인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양도하기로 했는데 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서 취득할 수 없게 되었다(제569~571조, 제572~573조). ⑵ 매도인이 넘기기로 한 물건의 숫자가 부족하다든지 계약 당시 이미 물건 일부가 멸실하였다(제574조). ⑶ 매도인이 넘기기로 한 부동산에 알고보니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것과 같이, 매도인이 양도한 권리가 타인의 권리로 제한받고 있다(제575~577조). 

 

둘째, 매도인이 팔기로한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담보책임을 진다(제580조, 제581조). 매도인이 물건을 보내줘서 반갑게 받았는데, 알고 보니 고장난 물건이었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면 채권자는 손해배상청구권과 해제권만 취득한다. 반면, 매수인이 담보책임으로 취득하는 권리는 좀 더 다채롭다. 위 표에서 보듯이, 매수인은 대금감액청구권, 계약해제권, 손해배상청구권, 완전물급부청구권 중에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권리를 얻는다. 어떤 권리를 얻는지는 담보책임이 인정되는 구체적인 경우마다 다르다. 

 
예컨대, 매도인이 넘긴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여 이전할 수 없다면 선의 매수인은 대금감액청구권, 해제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제572조), 매도인이 넘긴 목적물에 용익물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선의 매수인은 해제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제575조 제1항).

 

그러니 어떤 경우에 매수인에게 어떤 권리가 생기는지는 민법 조문을 읽고 정리해두자. 물론,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권리는 해제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다. 

 

 

 

3. 타인권리매매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지는 경우는 둘로 나눌 수 있다.  ‘권리’에 하자가 있는 경우와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다. 권리에 하자가 있는 대표적인 경우를 설명한다. 바로 ‘매매대상이 권리 전부가 다른 사람의 것’인 경우다(제569조). 조문부터 읽어보자.

 

제569조(타인의 권리의 매매)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가 타인에게 속한 경우에는 매도인은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제570조(동전-매도인의 담보책임) 전조의 경우에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는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매수인이 계약당시 그 권리가 매도인에게 속하지 아니함을 안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매도인은 자기 권리만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파는 계약도 맺을 수 있다(제569조). 가령 나는 내 동생의 집도 얼마든지 파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내가 동생의 대리인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직접 매도인이 되어 동생 건물을 팔기로 약정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계약을 맺는 것과 계약을 이행하는 건 다른 문제다. 내게 지금 집의 소유권이 없다. 당장은 그 집의 소유권을 양도할 수 없다. 그러니 내 동생한테 발길질을 하여 집을 뺏어오든지, 슬슬 구슬려 얻어오든지, 어쨌든 그 집을 구해와야 한다. 그래야 계약상대방인 매수인에게 그 집의 소유권을 양도하며 계약을 이행할 수 있다. 

 

내가 동생의 집을 취득하지 못했으면 제570조의 담보책임을 진다. 매수인은 계약해제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제570조 본문). 매수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매도인은 권리를 취득하여 이전할 수 없게 된 때를 기준으로 그 권리의 시가 상당액을 배상해야 한다.[footnote]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7727 판결[/footnote]

 

다만, 매수인이 계약을 맺을 때 그 권리가 매도인인 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자. 이때는 계약해제만할 수 있고,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제570조 단서). 매수인이 더이상 권리를 취득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매매계약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매수인이 계약해제권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매수인이 계약을 할 때부터 그 권리가 남의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아 나중에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충분히 예견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손해배상만큼은 청구할 수 없다.

 

[사례] 국가가 소유한 토지가 있다. A가 서류를 위조하여 마치 자기 땅인 것처럼 허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는 B에게 그 토지를 매도했다.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이걸 가만히 보고 있을 국가가 아니다. 국가는 소유권등기 명의자인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B는 국가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되돌려줬다. 
 

A는 B에게 자기 것도 아닌 국가의 토지를 판 것이지만, 국가한테서 그 소유권을 취득하여 B에게 넘겨주지 못하였다. B는 A에게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특히 그 토지가 A 것이 아닌 줄 미쳐 몰랐으니, 자신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까지 할 수 있다.[각주:2]

 

 

4.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의 차이와 경합
  

매도인이 넘겨준 권리나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그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는 서로 비슷하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큰 차이가 있다. 

 

첫째, 뭐니뭐니해도 담보책임은 무과실책임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채무자는 고의나 과실이 있을 때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제390조). 반면, 매도인은 고의·과실이 없더라도 담보책임을 부담한다. 매도인은 적어도 자신이 받은 돈만큼의 가치는 반드시 넘겨줘야하므로, 권리든 물건이든 하자가 있다면 매도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담보책임을 진다.

 

[사례] A는 감자종자를 파는 소매상인이다. B에게 감자종자를 팔았다. 그런데 그 감자종자가 잎말림병에 걸려있었다. B는 농사를 망쳤다. 그는 A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한다. 

⑴ 만약 B가 A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A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한다(제390조). 즉, A는 그 감자종자가 잎말림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알지 못한 채로 양도한 것이어야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A가 평범하게 감자종자를 파는 소매상인이라면, 도매상인한테서 종자를 받아올 때 잎말림병에 걸렸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과실이 없어 A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지지 않을 여지가 있다.  

⑵ 반면, 담보책임은 다르다.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권리나 물건 자체에 하자가 있다면 A는 담보책임을 진다. 일단 감자종자에 잎말림병이 걸린 하자가 있다면 A는 담보책임을 진다. 그 사실을 몰랐는지, 과실이 있었는지는 별 상관이 없다. ‘나는 감자종자 상태는 전혀 몰랐고, 난 그저 이 감자종자를 도매상한테 떼왔을 뿐이어요’라고 항변하더라도 씨알도 안먹힌단 소리다. B는 A에게 담보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580조). 이처럼 담보책임은 채무불이행책임보다 더욱 강하게 거래안전을 지킨다.

 

둘째, 담보책임은 '원시적 하자', 채무불이행책임은 '후발적 하자'에 대한 책임이다. 매도인은 계약 체결 당시부터 권리나 물건에 하자가 있었다면 담보책임을, 계약체결 이후에 하자가 생겼다면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예를 들어 ① 타인 권리 매매상황을 다시 떠올려보자. 내가 '동생의 부동산'을 팔기로 했다. 계약 당시부터 부동산이 내 것이 아니다. 원시적 하자가 있다. 내가 그 부동산을 취득하여 양도하지 못하면 제570조 담보책임을 진다. ② 반면, 내가 '내 소유 부동산'을 팔기로 했다고 하자. 원시적 하자는 없다. 이후 내가 그 부동산을 매수인이 아닌 제3자에게 처분했다. 이 경우 매수인에 대한 채무는 후발적 불능이 된다. 나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그렇다고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원시적 하자가 용이하게 보수·치유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면 후발적 하자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가 타인의 부동산을 팔기로 하였으나 그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때 타인의 부동산을 팔기로 한 것 자체가 원시적 하자이므로 담보책임을 진다(제570조). 나아가 내가 그 귀책사유로 타인의 부동산을 취득하지 못한 것이라면 후발적 하자다. 채무불이행책임도 성립한다(제390조). 판례도 제570조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고 한다.[각주:3]

 

 

 

5. 하자담보책임

가. 하자담보책임이란?

물건에 하자가 있는 때에도 담보책임을 진다. 물건에 하자? 뭘 기준으로 판단할까? 단지 ‘디자인이 내 맘에 들지 않는 것’도 하자라고 할 수 있을까?

 

고매하신 대법원의 말씀이다. 매매의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성능을 결여한 경우에는 하자가 있다. 그런데 목적물의 성질에 대해 매도인이 특별히 보증하거나 당사자가 합의한 바가 있을 때에는, 물건이 그 보증하거나 합의한 수준에 미달하면 하자가 있다.[각주:4]

 

즉, 객관적 품질과 당사자가 한 합의내용을 모두 고려하여 하자가 있는지 판단한다(객관적 + 주관적 기준).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끼리 특별한 디자인을 합의했는데도 정작 제품에 그러한 디자인이 없다면 하자가 있는 거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30554,30561 판결] 매도인 A는 매수인 B에게 제품을 가공하는 기계를 팔았다. 이 가공기계에서 자꾸 불량품이 나와 문제였다. 그런데 A는 이 기계를 팔았을 당시 B에게 카탈로그와 검사성적서를 보여주었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A가 카탈로그와 검사성적서에 적혀진 정도의 품질과 성능은 보증한 것이라고 하였다. 기계가 멀쩡하더라도, 카탈로그나 검사성적서에 나온 수준에 못 미친다면 A는 하자담보책임을 져야한다. 

  
나. 하자담보책임의 내용 

매도인이 하자담보책임을 진다고, 매수인이 독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면,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580조, 제575조 제1항). 다만, 매수인은 선의·무과실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물건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몰랐던 것에 과실도 없어야 한다.) 

 

한편, 매매목적물을 종류로 지정한 경우도 있다. 가령 “민법책 100권을 살게요"처럼 말이다. 이때는 어떤 특정한 물건이 매매대상인 것은 아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아무 민법책 100권을 넘겨주면 된다. 이처럼 매매목적물을 종류로 지정한 경우 물건을 산 사람은 해제권과 손해배상청구권에 더해 한가지 권리를 더 행사할 수 있다. 바로 완전물급부청구권이다(제581조 제2항).[각주:5] 
 
예를 들어, 당신이 민법책 100권을 주문해서 받았는데, 몇몇 민법책이 파본이다. 당신은 손해배상으로 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완전물급부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당당하게 요구하자. “이거 인쇄가 이상해요. 제대로 된 걸로 다시 보내주세요.”

 

다.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의 경합문제

제462조(특정물의 현상인도)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는 채무자는 이행기의 현상대로 그 물건을 인도하여야 한다.

 

민법 제462조는 말한다. 당신이 특정물을 인도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면 ‘이행기의 현상’대로 물건을 인도해야 한다고. 흥미로운 규정이다. 예컨대 당신이 골동품 도자기를 팔기로 하였다고 하자. 당신은 이제 도자기를 인도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도자기 귀퉁이가 살짝 깨져있다. 민법 제462조는 이렇게 귀퉁이가 깨져있는 상태대로 인도하라는 말씀이다!

 

자, 당신은 민법 제462조를 그대로 따랐다. 귀퉁이가 깨진 도자기를 그대로 인도했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 문제가 있는 도자기를 인도했으니,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용감하게도 채무불이행이 아니라는 학자들이 있다. 민법 제462조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거다. 이런 입장을 이른바 ‘특정물 도그마론’이라고 부른다. 제462조를 너무 떠받들어 신줏단지 모시듯 하기 때문이다. 어머, 할렐루야다. (불완전이행에 대하여는 여기 참조  : https://avalanche.tistory.com/76)

 

민법 제462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하자 있는 물건을 인도하더라도 채무불이행이 아니다. 이들은 그래서 하자담보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담보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게 하자담보책임 규정을 마련했다는 거다.

 

하지만 과한 것 같다. 물건을 사는 사람은 왜 돈을 주는가? 그는 정상적인 골동품을 받길 원할 게다.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제462조가 이행기의 현상대로 물건을 넘겨주라고 하지 않았느냐, 깨진대로 넘겨주기만 하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다.

 

제462조는 그런 뜻이 아니다. 특정물을 인도해야하는 의무는 반드시 ‘그 특정물’을 인도해야 달성할 수 있다. 다른 물건으로는 특정물 인도의무를 이행할 수 없으므로, 부득이 그 상태대로 일단 물건을 건네주라는 것이 제462조의 본 뜻일 게다. 깨진대로 도자기를 넘겼더라도,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은 져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본다면 흠 있는 물건을 주는 것은 채무불이행이기도 하다.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이 동시에 성립한다. 판례도 둘의 경합을 인정한다.[각주:6] 

 

하자담보책임으로만 해결하면 되지, 굳이 채무불이행책임까지 인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채무불이행책임도 간절한 경우가 있다. 과실있는 매수인은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방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이라도 추궁해야 한다.[각주:7] 다음 사례를 풀어보자. 
   

<문제> 최씨는 정씨에게 완구제조 기계를 매도했다. 정씨가 물건을 받고 보니, 기계에 하자가 있었다. 정씨는 최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정씨가 계약을 할 때 그러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사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정씨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1) 기계에 하자가 있으니 제580조의 담보책임을 검토하자. 제580조 조문을 보라.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다면 제580조의 권리는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담보책임에 근거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2) 채무불이행은 성립할까? 위에서 보았듯, 이행기의 현상대로 물건을 인도했더라도 채무불이행은 성립한다고 해야한다. 이른바 ‘불완전이행’이다. 정씨는 최씨가 채무불이행을 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390조). 최씨가 손해배상책임을 피하고 싶다면 법정에서 자신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열심히 증명해야 한다. 채무불이행책임에서 고의·과실이 없다는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최씨가 지기 때문이다.

  1. 다만 도급계약은 제667조부터 제672조까지 수급인의 담보책임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그러니 도급계약에는 매도인의 담보책임 규정이 아니라 별도로 이 조문들을 적용해야한다. [본문으로]
  2.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0다2750 판결 [본문으로]
  3. 대법원ᅠ1970.12.29.ᅠ선고ᅠ70다2449ᅠ판결 [본문으로]
  4. 문장을 조금 다듬었다. 원문은 대법원 1997. 5. 7. 선고 96다39455 판결, 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17834 판결을 찾아보자. [본문으로]
  5. 제581조(종류매매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매매의 목적물을 종류로 지정한 경우에도 그 후 특정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전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매수인은 계약의 해제 또는 손해배상의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하자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 있다. 제582조(전2조의 권리행사기간) 전2조에 의한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본문으로]
  6.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1586 판결 [본문으로]
  7. 물론 이때 상대방에게 고의·과실이 있어야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 다만 그 입증책임은 채무자에게 있으니, 상대방이 자신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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