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판례정리

[민법판례정리] 비법인사단의 채무보증행위가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에 해당하는가

칼린츠 2017. 1. 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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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판례정리] 비법인사단의 채무보증행위가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에 해당하는가 - 대법원 2007.04.19. 선고 2004다60072,60089 전원합의체 판결>

- 2016년 변시 선택형, 2015년 변시 선택형, 2014년 변시 선택형, 2014년 사시 1차 기출 판례

 

 

 

Ⅰ. 사실관계

 

 

피고 재건축조합은 갑 건설회사에 재건축아파트 신축공사를 도급줬다. 갑 회사는 원고 건설회사에 아파트공사 중에서 토목공사 부분을 하도급줬다. 그런데 갑 회사는 원고에게 하도급 공사대금을 제때 주지 않았다. 하도급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자 피고 조합이 하도급대금채무를 보증할 필요가 생겼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피고 조합의 조합규약 제21조는 이러했다.

 

"예산으로 정한 사항 이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사항은 임원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피고 조합의 조합장은 이 규약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피고 회사가 갑 회사의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채무를 보증하는 계약을 맺었다. 조합장은 이 보증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임원회 결의를 거치지도 않았고, 임원들과 상의하거나 사후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피고는 원고에 대해 보증채무를 이행해야하는가?

 

Ⅱ.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심은 피고의 보증약정은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고 봤다. 총유물의 관리·처분은 정관·규약에 따라야 하고, 정관이나 규약이 없으면 사원총회 결의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보증계약은 무효라고 했다.

 

Ⅲ. 대법원 판단의 요지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은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일 뿐이지,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조합규약 제21조는 조합장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불과하고, 이걸 어겼다고 보증계약이 막바로 효력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다수의견] 민법 제275조, 제27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비법인사단이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총유물 그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지 아니하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이를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비법인사단인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하면서 조합규약에서 정한 조합 임원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거나 조합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그 보증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에 조합 임원회의의 결의 등을 거치도록 한 조합규약은 조합장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그와 같은 대표권 제한 및 그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 거래행위가 무효로 된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 경우 그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및 그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는 사정은 그 거래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이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대법관 이홍훈, 전수안의 반대의견] 비법인사단이 부담하는 채무가 총유물 그 자체 또는 재산권 그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비법인사단이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가 민법 제27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총유물의 관리·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비법인사단이 부담하는 보증채무가 자연채무가 아닌 한, 그러한 보증채무 부담행위는 그 채무 변제를 위한 책임재산과 별도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하고 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비법인사단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총유물을 처분하여 그 채무를 만족시켜야 하므로 결국 보증채무 부담행위는 비법인사단의 총유물의 처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법인사단의 보증채무 부담행위는 장래의 총유물의 처분행위와 같다고 보아야만 한다.

 

Ⅲ. 검토

 

1. 재건축조합의 법적 성질

 

뭐, 다 아는 이야기일 테지만, 재건축'조합'이란 말에 현혹돼선 안된다. 재건축조합은 조합이 아니고, 비법인사단이다. 조합과 비법인사단은 '단체성의 강약'을 기준으로 나눈다. ① 사단적 성격을 갖는 규약이 있고, ② 업무집행이 다수결원칙을 따르며, ③ 구성원의 변경과 상관 없이 단체가 존속하고, ④ 기타 단체로서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으면 비법인사단으로 인정된다. ("사다변주"로 외우면된다!)

 

민법상의 조합과 법인격은 없으나 사단성이 인정되는 비법인사단을 구별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그 단체성의 강약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간에 금전 기타 재산 또는 노무를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관계에 의하여 성립하므로( 민법 제703조) 어느 정도 단체성에서 오는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지만 구성원의 개인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인적 결합체인 데 비하여 비법인사단은 구성원의 개인성과는 별개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독자적 존재로서의 단체적 조직을 가지는 특성이 있다 하겠는데, 민법상 조합의 명칭을 가지고 있는 단체라 하더라도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사단적 성격을 가지는 규약을 만들어 이에 근거하여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는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고, 기관의 의결이나 업무집행방법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행해지며, 구성원의 가입, 탈퇴 등으로 인한 변경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되고, 그 조직에 의하여 대표의 방법, 총회나 이사회 등의 운영, 자본의 구성, 재산의 관리 기타 단체로서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출처 : 대법원 1992.07.10. 선고 92다2431 판결 약속어음금 [공1992.9.1.(927),2360])

 

재건축조합은 비법인사단이므로, 그 재산관계는 총유규정을 살피면 된다. 합유규정을 살피면 제대로 삽질을 시작하는 거다;;

 

2. 금전채무보증행위가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인지?

 

⑴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

 

총유물을 관리·처분하려면 정관이나 규약에 따른다(제275조 제2항). 만약 정관·규약이 없다면 사원총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제276조 제1항).

 

만약 대표자가 총유물을 처분하면서 정관이나 규약을 따르지 않거나 사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강태성 교수 같은 분은 유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수설이다. 대법원과 다수설은 무효라고 본다. 물건 자체가 비법인사단 구성원에게 총유적으로 귀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자가 처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대표자가 사원총회 결의도 없이 물건을 팔아제꼈으면, 자기 것도 아닌 걸 처분한 꼴이 되는 셈이다.

 

권한 없는 자가 무단으로 처분한 것이라 본다면, 제126조의 표현대리도 적용될 여지가 없다. 총유물 관리·처분행위를 규정한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아주 절대적인 효력 규정인 것이다.

 

비법인사단인 피고 주택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조합원 총유에 속하는 재산의 처분에 관하여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는 이를 대리하여 결정할 권한이 없다 할 것이어서 피고 주택조합의 대표자가 행한 총유물인 이 사건 건물의 처분행위에 관하여는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출처 : 대법원 2003.07.11. 선고 2001다73626 판결 매매계약금등 [미간행])

 

⑵ 금전채무보증행위도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

 

사안에서 조합장은 피고 조합을 대표하여 갑 회사의 금전채무를 보증했다. 이게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냐? 만약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가 맞다면, 사원총회결의가 있어야만 보증계약이 유효하다(제276조 제1항). 대법원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갈렸다.

 

다수의견은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를 이렇게 정의한다.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니 타인의 채무를 보증하는 건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가 될 수 없다. "비법인사단이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총유물 그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지 아니하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이를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반대의견은 못 마땅하다. 보증채무 자체로는 총유물을 처분하지 않는 건 맞다. 그런데 주채무자가 돈을 안 갚으면, 보증채무 이행 안 할건가? 그때되면 돈은 뭐 땅파서 갚나? 어차피 조합이 가진 돈을 직접 주거나, 재산을 팔아서 돈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보증계약을 맺는 건 비법인사단의 총유물 처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앞서 보았듯,  총유물 관리·처분을 규율하는 제276조 제1항은 강력한 효력규정이다. 사원총회 결의가 없으면 거래는 무효가 된다. 표현대리도 성립하지 않으므로, 상대방이 선의인지는 상관이 없다. 거래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에 해당하는 범위를 좁혀야할 필요가 있다.[각주:1]

 

결국 다수의견은 단순한 채무부담행위는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건 지금까지 대법원의 일반적인 입장이 되어왔다.

 

가령 대법원은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사업의 시행을 위해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 볼 수 없다"고 했다.[각주:2]

 

"총유물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총유물 그 자체의 처분이 따르는 채무부담행위로서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나, 그 매매계약에 의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데 불과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총유물 그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는 행위가 아니어서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가 아니다"고도 했다. [각주:3]

 

3. 이사의 대표권 제한

 

그렇다면 조합장이 보증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원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합규약 제21조를 개무시해도 상관 없을까? 그건 아니다. 비법인사단은 사단법인의 실체는 다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저 등기만 안 했을 뿐이다. 따라서 사단법인 규정은 비법인사단에 유추적용된다. 물론 등기랑 관련된 규정은 빼고다. (등기가 없으니까!)

 

법인 아닌 사단에 대하여는 사단법인에 관한 민법규정 가운데서 법인격을 전제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를 유추적용하여야 할 것인바, 사단법인에서는 사원이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산사유가 될 뿐 막바로 권리능력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므로, 법인 아닌 사단에서도 구성원이 없게 되었다 하여 막바로 그 사단이 소멸하여 소송상의 당사자능력을 상실하였다고 할 수는 없고 청산사무가 완료되어야 비로소 그 당사자능력이 소멸하는 것이다. (출처 : 대법원 1992.10.09. 선고 92다23087 판결 동산인도 [공1992.12.1.(933),3113])

 

사단법인의 대표자에게 대표권을 제한하는 내부규정이 있다면 민법 제60조가 적용된다.

 

제60조(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제한의 대항요건) 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제한은 등기하지 아니하면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가령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여 보증계약을 맺을 때는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법인 내부 규정이 있다고 해보자. 대표권에 대한 제한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거래 상대방에게 주장하고 싶으면, 이 제한 사실을 등기해놨어야 한다. 만약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등기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이 점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사단법인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할 수 없다(대판 1992.2.14, 91다24564).

 

그러나 비법인사단은 대표권에 제한이 있든 없든, 등기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민법 제60조를 유추적용할 수 없고, 독자적인 '대표권 제한의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 사안에서 대표자가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을 지멋대로 위반하여 보증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유효로 봐야할지, 말아야할지는, 비법인사단 구성원의 이익과 거래상대방의 이익이 충돌하는 문제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양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한다.

 

우선 대표자가 대표권의 제한을 위반하여 거래를 체결했더라도, 거래는 유효하다. 그러나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의 제한이 있고, 대표자가 그것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면 거래행위는 무효가 된다. 이때 상대방이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다는 점은 거래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비법인사단이 주장·입증해야 한다.

 

왜 하필 판례는 거래 상대방의 악의·과실유무로 대표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걸까? 판례의 해석론에는 법적 근거가 있는 걸까?

 

송덕수 교수는 나름대로 판례에 법적 근거를 제시한다.

 

성질상 비법인사단에 민법 제60조를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인 대표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대리 규정이 적용된다"는 제59조 제2항은 등기와 무관하다. 비법인사단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59조 제2항에 따라 대리규정이 적용되고, 대리규정에 따라 표현대리 규정도 유추할 수 있다. 또다시 사안으로 돌아가 보자. 대표권에 "임원회결의를 거쳐라"라는 제한이 있었다. 대표자는 이걸 어기고, 비법인사단을 대표해 보증계약을 체결했다. 이것은 대표권에 한계가 있는데, 대표가 자기 맘대로 월권한 경우이다. 즉, 민법 제126조 권한유월의 표현대리다. 판례는 이에 입각해 상대방에게 악의·과실이 있는지에 따라 대표행위의 유·무효를 다르게 보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1. (여기에 대해 반대의견은 또다시 반박하긴 한다. "거래 안전 문제는 총유물의 관리·처분에 관한 우리 민법과 대법원판례의 입장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하여 해결하거나 비법인사단으로 하여금법인격을 취득하도록 유도하여 해결할 일이지, 채무부담행위가 총유물의 관리·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왜 사원총회를 거치지 않은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를 죄다 절대적인 무효로 만들어버리냐는 거다. 사실 상대방이 선의인지는 상관없이 죄다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건, 좀 무지막지한 구석이 있다.) [본문으로]
  2. 대판 2003. 7. .22, 2002다64780 [본문으로]
  3. 대판 2009. 11. 26, 2009다6438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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