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판례정리

[민법판례정리] 채권자취소의 상대적 효력과 수익자의 채권자가 한 가압류의 효력 - 대판1990.10.30.89다카35421

칼린츠 2017. 1. 1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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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취소의 상대적 효력에 따른 수익자의 채권자가 한 가압류의 효력 [대법원 1990. 10. 30. 선고 89다카35421 판결]

 

사해행위의 목적부동산에 수익자에 대한 채권자의 가압류등기가 경료된 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위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취소되어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었다 하더라도 사해행위의 취소는 상대적 효력밖에 없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채무자로부터 위 부동산을 진전하여 양도받은 자는 가압류의 부담이 있는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할 것이다. 원심이 위 부동산에 관한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가압류채권자의 위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불허한 조치는 사해행위취소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Ⅰ. 사실관계

 

 

 

① 갑은 병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팔았다. 소유권이전등기도 했다. B는 병에 대한 수표금채권이 있었다. B는 이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해서, 병 명의의 부동산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가압류등기도 마쳤다.

 

② 갑에게는 채권자 을이 있었다. 을은 갑과 병의 매매가 사해행위라 주장했다. 제3채무자 병과 가압류권자 B를 상대로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병에게는 소유권이전등기를, B에게는 가압류등기를 말소하라고 청구했다. 병에 대한 소송은 이겼다. 그러나 B에 대한 소송은 졌다. 병의 소유권이전등기만 말소됐다. 소유 명의는 갑에게 돌아왔다.

 

③ 갑은 을에게 부동산을 매도했다. 을은 다시 A에게 부동산을 매도했다. B는 가압류에 기초해 집행력 있는 판결정본을 얻었다. 그는 부동산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A는 B가 병에 대한 집행권원으로 자기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강제집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Ⅱ. 원심의 판단

 

사해행위 취소소송으로 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로 말소됐다. 갑은 정당한 소유권자가 됐다. 원고 A는 그런 갑에게서 부동산 소유권을 전전양도 받았다. 그러므로 A는 정당한 소유권자이다. 피고 B는 병에 대한 집행권원을 기초로 엉뚱하게 A의 부동산에 강제집행을 했다. 따라서 이 강제집행은 허용되지 않는다. 원심은 원고 A의 이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피고 B는 여기에 불복하여 상고했다.)

 

 

Ⅲ. 판결의 쟁점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부동산매매계약이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취소되어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된 경우 그 이전에 이루어진 수익자의 채권자가 한 가압류의 효력

 

 

Ⅳ. 대법원 판결 요지

 

『사해행위의 목적부동산에 수익자에 대한 채권자의 가압류등기가 경료된 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위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취소되어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었다 하더라도 사해행위의 취소는 상대적 효력밖에 없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채무자로부터 위 부동산을 진전하여 양도받은 자는 가압류의 부담이 있는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할 것이다. 원심이 위 부동산에 관한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가압류채권자의 위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불허한 조치는 사해행위취소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Ⅴ. 사건의 결말

 

대법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을과 병 사이에 사해행위 취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판결의 효력은 을과 병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다(상대적 효력). B의 입장에서는 갑과 병의 매매계약이 취소되지 않은 것이다. 그에게는 병이 여전히 소유권자이다. 그러므로 피고 B의 가압류는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결국 A는 가압류의 부담이 있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원심은 병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며 가압류권자인 B의 강제집행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것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효력이 상대적 효력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판결을 위법하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사건을 환송한다.

 

 

 

Ⅵ. 검토

 

1. 가압류의 효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판단은 타당하다.  

 

다수설과 판례는 채권자취소소송의 효력에 대하여 '상대적 효력설'을 취한다. 채권자취소소송의 당사자인 채권자와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취소의 효과가 발생한다.

 

복잡하게 뭐 이런 이론적 기교를 부리는 걸까? 거래안전 때문이다. 채권자취소권은 계약당사자도 아닌 채권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채무자와 수익자의 계약을 마구마구 취소해버린다. 거래안전이 크게 위협받는다.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야 한다. 고심끝에 나온 이론이 상대적 효력설이다.

 

이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채권자 을이 수익자 병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다. 이 효력은 을과 병 사이에서만 일어난다. 병의 채권자에 불과한 B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B의 지위에는 아무런 변동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가압류가 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B의 가압류에 대항할 수 없다.

 

 

 

2. 하지만 A가 가압류의 부담이 있는 채로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유명한 판결이긴 한데, 벌써 90년도 판결이다. 아직 대법원이 상대적 효력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나보다. 이론적으로 살짝 삑사리가 났다.

 

이 판결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뭘까? 맞춰보자.

 

정답은 "채무자 갑도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다"는 사실이다. 갑도 취소소송의 효력을 받지 못한다. 갑의 입장에서도 자기와 병이 맺은 매매계약은 취소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 남아있다.

 

취소소송으로 병의 등기가 말소됐고, 갑 앞으로 소유명의가 복귀됐다. 그래도 갑은 소유자가 아니다. 이 부동산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갑은 을에게 부동산을 팔아넘겼다. 이건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다. 을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을에게서 소유권을 넘겨받은 원고 A도 당연히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대법원은 "A가 가압류의 부담이 있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했다. 명백한 잘못이다. 이 판결 이후, 대법원은 채권자취소권이 행사되더라도 채무자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가령 대판 2002다33069 판결과 대판 99다63183 판결을 읽어보자.

 

※ 대법원 2002.09.24. 선고 2002다33069 판결  

근저당권자에게 배당하기로 한 금원에 대하여 지급금지가처분결정이 있어 경매법원이 그 배당금을 공탁한 후에 그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사해행위로서 취소된 경우, 공탁금의 지급 여부가 불확정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공탁된 배당금이 피공탁자에게 지급될 때까지는 배당절차는 아직 종료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배당절차가 확정적으로 종료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 채권자취소의 효과는 채무자에게 미치지 아니하고 채무자와 수익자와의 법률관계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취소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에 의하여 채무자에게로 회복된 재산은 취소채권자 및 다른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취급될 뿐 채무자가 직접 그 재산에 대하여 어떤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공탁금은 그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하였던 다른 채권자들에게 추가배당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1.06.01. 선고 99다63183 판결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의 공동담보인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일탈된 재산을 모든 채권자를 위하여 수익자 또는 전득자로부터 환원시키는 제도로서, 그 행사의 효력은 채권자와 수익자 또는 전득자와의 상대적인 관계에서만 미치는 것이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로 인하여 채무자가 수익자나 전득자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수익자가 채무자에게 가액배상금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하였다는 점을 들어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에 대하여 가액배상에서의 공제를 주장할 수는 없다.

 

 

 

3. 결론

 

상대적 효력설을 일관성있게 유지한다면 올바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채권자 을과 수익자 병이 진행한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판결은 확정되었다. 이 판결의 효력은 을과 병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다. 전득자 B에게는 효력이 없다. 병의 등기가 말소됐어도, B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병이 소유자이다. B의 가압류는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한편, 수익자 병의 등기가 말소되면서, 갑 앞으로 등기가 복귀했다. 그러나 갑에게 소유권 자체가 되돌아오는 건 아니다. 취소소송의 효력은 채무자인 갑에게도 미치지 않는다. 갑에게도 여전히 병이 소유자이다. 이러한 갑이 을에게, 을은 또다시 A에게 소유권을 양도했다. 모두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이다. A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B의 강제집행은 정당하다. A의 이의의 소는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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