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담보책임이란 무엇인가 일찍이 김수영 시인은 외쳤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하고. "왜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는가"하고. 그러나 김수영 시인이 분개하는 건 당연하다. 김수영 시인은 갈비를 공짜로 주문한 게 아니다. 매매는 유상계약이다. 받은 만큼 돈을 낸다. 물건과 대금 사이에는 균형이 있다. 내가 만오천원의 갈비탕을 시키면 정상적인 갈비탕을 받으리라 기대한다. 만약 만오천원짜리 갈비탕을 시켰는데 그 안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거나 갈비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고 하자. 물건과 대금 사이 균형이 파괴된다. 이렇게 대가성이 무너지는 걸 민법이 용인할 수 없다. 이걸 놔두면 사람들은 무서워서 물건을 마음 놓고 사지 못한다. 심하면 매매계약 자체를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