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이후 내 삶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채워졌다. 2년 반을 이렇게 살았다. 변론기일이 다가온다. 보정기일이 다가온다. 서면을 제출한다. 신청서를 작성한다. 기일 하나를 처리하면 다음 기일이 다가온다. 변호사의 주적(主敵)은 상대방이 아니라 마감기한이다. 그동안 내가 거쳐온 마감기일은 얼마나 될까. 나는 오늘도 밤늦게 사무실 내 방을 지킨다. 커서가 깜빡인다. 이것은 신호등으로 따지면 직진 신호다. 이 신호에 맞추어 나는 손가락을 움직인다. 글을 토하고 토해낸다. 음식물을 모두 게워내면 위산이 쏟아지듯이, 내 몸에서 논리를 쭉 토해내고 나면 뇌수마저 쏟아지는 기분이 든다. 위산마저 비워버리면 더 이상 토하기를 멈추듯이, 지면에 모든 단어를 토해놓고 나면 내 글쓰기도 끝난다. 방랑 검객이 지켜야할 것은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