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판례정리

[민법판례정리] 피용자가 고의의 불법행위를 한 경우 사용자가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지?

칼린츠 2017. 2. 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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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자가 고의의 불법행위를 한 경우 사용자가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지?

- 대법원 2006.10.26. 선고 2004다63019 판결 -

- 2015년 사시1차, 2014년 8월 모의 기록형, 2013년 8월 모의 사례형, 2012년 변시 선택형 기출 판례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은 피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이고, 같은 조 제1항에서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용자책임에서 사용자의 과실은 직접의 가해행위가 아닌 피용자의 선임·감독에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용자의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고의의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면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제496조(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금지)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①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③전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Ⅰ.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은행 지점에서 18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지점의 대출팀장이던 갑은 원고에게 실제로 2억원을 예치할 의도도 없었으면서, "18억원은 이 사건 부동산의 담보능력을 초과한 것이다. 만약 대출 이자를 연체하면 불충분한 담보를 제공받고 대출을 실행해 준 자신이 곤란해진다. 대출금에 대한 선이자와 이면담보로 대출금 중 2억원을 예치하라"라고 거짓말했다. 원고는 이에 속아 위 대출금 중 2억원을 갑의 지시를 받은 은행 직원에게 교부했다. 그 뒤 갑은 이 돈을 건네받아 편취했다. 원고는 갑과 피고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Ⅱ.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 은행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원고에게도 과실이 있으므로, 이 과실을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했다. 그 비율은 40%로 인정했다. 한편, 피고 은행은 "원고에 대한 대출금채권으로 상계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민법 제496조를 적용하여 배척했다.

 

 

 

Ⅲ. 쟁점

 

피고 은행의 직원이 원고에게 고의의 불법행위를 했다. 사용자인 피고 은행에게도 민법 제496조가 적용되어, 피고 은행은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할 수 없는가?

 

Ⅳ. 대법원의 판결 일부 - 상계 불가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은 피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이라 할 것이고, 민법 제756조 제1항에서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용자책임에서의 사용자의 과실은 직접의 가해행위가 아닌 피용자의 선임·감독에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용자의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도,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에 의하여 손해를 전보케 하려는 취지에서 규정된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고의의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면할 수는 없다.』

 

 

Ⅴ. 검토[각주:1]

 

1. 민법 제496조와 대상판결의 쟁점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수동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다(민 496). 이 사건에서 피용자가 타인에게 고의로 불법행위를 했다. 이때 피용자는 제496조에 따라 상계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피용자의 불법행위 때문에 사용자가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면, 사용자도 그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를 수동채권으로 삼아 상계할 수 없는지 문제된다.

 

2. 대법원의 입장

 

⑴ 사용자책임의 법적성질과 제496조의 적용

 

사용자책임에 대하여 자기책임설과 대위책임설이 대립한다. 자기책임설은 사용자책임이 사용자 자신의 고의·과실에 따른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대위책임설은 사용자책임이 사용자가 피용자의 배상책임을 대신하는 책임이라는 견해이다. 다수설은 대위책임설이다. 대법원도 이 사건에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은 피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이라 하여, 대위책임설을 따랐다.

 

대법원은 대위책임설의 입장에서 사용자도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받는다고 했다. 즉, 피용자가 고의로 불법행위를 했으면, 제496조에 따라 상계할 수 없다. 사용자책임이 이를 대신하는 책임인 이상, 사용자도 제496조에 따라 상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⑵ 사용자책임에 대해서도 제496조를 적용해야할 현실적 필요성

 

대법원은 제496조의 입법취지는 다음과 같다고 밝혔다.

 

첫째는 보복적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가령 A가 B에게 고의로 주먹을 때렸다. 치료비로 100만원이 들었다. B에게 100만원의 손해배상채권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법보단 주먹이 가까운 것이 자연의 섭리(?)다. 빡친 B는 씩씩대며 A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A를 찾아가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자신의 손해배상채무와 A의 손해배상채무를 상계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걸 차단하기 위해 민법 제496조가 상계를 금지한다.

 

둘째는 현실적 변제의 필요성이다. 가해자가 상계를 하면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가령 많은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채무자를 때렸고, 손해배상채무를 상계해버렸다. 채무자 입장에선 속이 뒤집힐 일이다. 누군가에게 얻어터져서 서러운데, 빚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비조차 받을 수가 없다.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않다.

 

보복적 불법행위 방지와 현실적 변제의 필요성. 대법원은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할 때에도 여전히 이 2가지 이유가 유효하다고 했다. 따라서 사용자가 배상을 할 때에도 제496조를 적용했다.

 

 

 

3. 윤진수 교수님의 반박

 

⑴ 사용자책임의 본질과 제496조의 적용여부

 

윤진수 교수님은 대위책임설을 따르더라도, 반드시 사용자에게도 제496조를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용자책임이 자기책임이냐, 대위책임이냐에 대한 학설대립은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범위에 관한 것이다. 즉, 사용자책임을 자기책임이라 본다면, 피해자에게 전부 배상한 사용자는 자신의 과실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피용자에게 구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대위책임이라 본다면, 사용자는 피용자의 책임을 전부 대신 갚아준 셈이 된다. 전부 구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496조가 적용될지 말지는 자기책임이냐, 대위책임이냐에 대한 학설대립과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손해배상채무가 '고의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했는지 여부이다. 그러나 비록 사용자책임을 피용자의 책임을 대신하는 것이라 보더라도, 사용자책임 자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되지는 않는다.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범위와는 별도로, 흔히 사용자책임의 본질을 판단할 때 다수설이 취하는 입장은 '중간책임설'이다. 사용자책임이 순수한 무과실책임은 아니지만, 선임·감독상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을 입증하면 면책될 수 있다.

 

판례는 이미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한 적이 있다. A가 B에게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때 A가 B에게 고의로 부주의를 유발해놓고, 그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는 과실상계 주장을 할 수 없다.[각주:2] 그러나 A의 사용자인 C는 B에게 직접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C는 B의 부주의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주장하여 자신의 배상범위를 줄여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각주:3] 이런 논리전개의 밑바탕에는 피용자의 고의와 사용자의 고의는 다르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사용자책임은 그냥 중간책임이다. 대체 왜 사용자에게까지 상계를 금지한단 말인가?

 

⑵ 제496조의 진정한 입법취지와 제496조의 사용자책임에 대한 적용여부

 

앞서 판례는 제496조의 입법취지로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윤진수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두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고 한다.

 

우선 고의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면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서는 맞는 말이지만, 적어도 자동채권이 수동채권보다 늦게 성립한 경우에는 이러한 설명이 들어맞지는 않는다. 그리고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변제의 필요성은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이건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이건 차이가 없으므로 그것만으로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 상계를 제한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된다고 하기 어렵다.[각주:4]

 

그렇다면 제496조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 고의로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이다. 고의로 잘못을 저지른 자는 결과불법+행위불법까지 있기 때문이다.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 이를 수동채무로 하는 상계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 내지 그것이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않는 이유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나 기타 다른 채무의 경우보다 좀더 강한 제재를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를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와 비교한다면 그 결과불법(Erfolgsunrecht)의 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행위불법(Handlungsunrecht)의 면에서는 그 비난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각주:5]

 

이렇게 보면 제496조는 고의범에 대한 제재규정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사용자책임을 진다고, 피용자의 고의가 사용자의 고의로 되는 건 아니다. 사용자는 고의범이 아니다! 피용자가 불법행위를 고의로 저지르든 말든, 사용자가 지는 사용자책임 자체의 불법성은 커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비난해야하는 정도는 똑같다. 굳이 사용자가 상계금지의 제재를 당해야할 이유가 없다.

 

 

 

4. 판례 태도 요약

 

길게 길게 돌아왔지만, 어쨌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판례의 태도다.

 

피용자 A가 고의의 불법행위를 하여 피해자 B에게 손해를 가했다. A는 B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수동채권으로 상계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B의 부주의를 유발한 A가 그 부주의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주장하는 것도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사용자 C가 사용자책임을 져야하는 경우, C도 A와 마찬가지로 B에 대한 손해배상책무를 수동채권으로 삼아 상계할 수 없다. 반면 사용자 C는 B의 부주의를 이유로 과실상계는 주장할 수 있다.

 

C만 과실상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C와 피용자 A의 손해배상채무액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피해자B의 손해액이 1천만원이고, 과실이 30%라고 해보자. A는 과실상계를 할 수 없으므로 1천만원을 전부 배상해야 하지만, C는 과실상계하여 7백만원만 배상하면 된다. 나아가 C가 부담하는 사용자책임은 피용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를 대신 부담하는 것이다(대위책임설). 따라서 C가 B에게 7백만원을 배상했다면 A에게 전부를 구상청구할 수 있다.

 

덧붙여, 판례는 민법 제496조를 가해자가 중과실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까지 유추할 수 없다고 했다(아래 93다52808). 또한 A가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질러 B에게 손해배상채권과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모두 성립했다면, A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뿐만 아니라, 그 부당이득반환채권도 수동채권으로 삼아 상계할 수 없다고 했다(아래 2001다52506).

 

※ 대법원 1994.08.12. 선고 93다52808

민법 제496조의 입법취지나 적용결과에 비추어 볼 때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를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까지 유추 또는 확장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2.01.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부당이득의 원인이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인함으로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모두 성립하여 양채권이 경합하는 경우 피해자가 부당이득반환채권만을 청구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청구하지 아니한 때에도, 그 청구의 실질적 이유, 즉 부당이득의 원인이 고의의 불법행위였다는 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청구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 할 것이어서,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은 현실적으로 만족을 받아야 한다는 상계금지의 취지는 이러한 경우에도 타당하므로, 민법 제496조를 유추적용함이 상당하다.

  1. 윤진수 교수님이 2007. 2. 법률신문 제3544호에 기고하신 <민법 제496조는 사용자책임에도 적용되는가?>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본문으로]</민법>
  2. 대판 1995.11.14, 95다30352 :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본문으로]
  3. 대법원 2004.03.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 피용자 본인이 불법행위의 성립 이후에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피용자 본인의 피해자에 대한 변제금 중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큼은 손해액의 일부로 변제된 것으로 보아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이 그 범위 내에서는 소멸하게 되고, 따라서 사용자가 배상할 손해배상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산정된 손해액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피용자 본인의 변제금 중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을 공제하여야 하며, 이러한 법리는 피용자 본인이 불법행위의 성립 이후에 피해자에 대하여 일부 금원을 지급함에 있어서 명시적으로 손해배상의 일부 변제조로 지급한 것은 아니지만 불법행위를 은폐하거나 기망의 수단으로 지급한 경우(불법 차용행위를 은폐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차용금에 대한 이자 명목의 금원을 지급한 경우 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고, 또 이는 법인의 대표자에 의한 불법행위로 법인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도 다를 바가 없다. [본문으로]
  4. (출처 : 민법 제496조는 사용자책임에도 적용되는가?, 법률신문 [본문으로]
  5. (출처 : 민법 제496조는 사용자책임에도 적용되는가?, 법률신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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