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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김정운)

칼린츠 2018. 7. 1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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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책이다. 그는 나이 50이 되자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거야"라고 마음먹었단다. 그래서 교수직을 때려치고, 일본으로 갔다. 만화를 배우기 위해서다. 일본을 가서 자취하고, 그림그리며, 책도 쓰고, 번역도 하면서 살고 있단다. 정말 멋지다. 혼자 사는 게 외롭지만 대신 행복을 얻었다. 이 책에는 행복과 인생에 관한 그의 단상이 실려있다.

 

사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엉엉. 그러나 읽다보니 외로움보다는 행복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느리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 삶에서 찾아오는 잔잔한 행복들 말이다. 비우니 도리어 채워지는 법이다.

 

아래는 뭔가 기억하고 싶은 대목이나, 읽다가 들었던 생각들이다. 간략하게 메모해본다.

 

1. 사실 성공은 운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해야 성공한다고 우긴다. 왜 그럴까. 산업화 시대 인과론의 산물이다. 세상은 우연성, 불규칙성으로 가득하다. 이런 세상을 날 것 상태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사람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그러니 믿는 것이다. 노력하면 성공하리라. 원인-결과의 틀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을 때 사람들에게는 평화가 찾아온다.

 

2. 미국의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는 인간의 동기를 둘로 나눈다. 접근동기는 무언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회피동기는 싫어하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말한다. 일의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일은 회피동기('그렇게 하면 손해본다')로 설명해야 유리하고, 결과가 나중에 오는 것일수록 접근동기('그렇게 해야 성공한다')로 설명해야 유리하다고 한다. (p.69)

 

3. '그리움'은 그림, 글과 어원이 같다. 모두 '긁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활자의 형태로 긁는 것은 '글'로, 선이나 색을 화폭 위에 긁는 것은 '그림'이라는 말로 변형되었다.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를 마음 속에 긁는 것은 '그리움'이다. (p.97)

 

4. 사진에는 전경과 배경이 있다. 사람이 어떤 것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배경이었던 대상은 전경이 되고, 전경이었던 대상은 배경이 되기도 한다. 늘 배경이었지만 어느 순간 전경이 되어버린 너. (고백할 때 써먹어야지. 헤헤)

 

5. 정서조율. 아기가 팔을 흔들면, 엄마는 이 아기의 표현에 목소리로 반응한다. 그러나 똑같은 강도와 속도로 반응한다. 정서 표현의 수단은 다르지만 그 느낌은 아주 유사하다. 이렇게 서로의 정서를 조절하며 맞춰나가는 것을 '정서조율'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아기는 자신과 구별되는 또 다른 존재가 자신과 동일한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경험한다. (p. 134~137)

 

6. 책 중간에 "문화의 본질은 질투 관리다."라는 표현도 멋있었다. (p.178) 질투 관리를 위해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 덕에 각종 복지제도, 세금제도가 들어선다. 타인의 질투를 유발하지 않도록 '겸손'의 예절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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