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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이행이란 무엇인가

1. 불완전이행이란 개념의 발전 A가 B에게 말 사료로 옥수수를 팔기로 했다. A는 옥수수를 인도했고, B는 그 옥수수를 사료로 먹였다. 그런데 거기에 독성이 있는 피마자 열매가 껴 있었다. 그걸 먹은 B의 말들은 죽어버렸다. 이것은 어떤 유형의 채무불이행인가. 일단 이행불능은 아니다. 옥수수를 넘기는 채무이행을 했으니까. 이행지체도 아니다. 변제기에 맞춰 옥수수를 제때 이행했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채무불이행을 무엇으로 보아야 하느냐. 독일의 천재 변호사 헤르만 스타웁(Hermann Staub)은 「적극적 계약침해 및 그 법률효과에 관하여」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한다. 여기서 ‘적극적 계약침해’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든다. 적극적 계약침해란 위 사례처럼 채무자가 불완전한 이행행위를 하여 채권자에..

민법판례정리 2020.03.08

농지 임대차·사용대차의 임차인이나 차주에게 인도청구 소송을 하기 전 체크할 법리

1. 들어가며 만약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농지를 되돌려 주지 않는다면 토지 인도 청구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농지법은 농지 임대차와 사용대차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므로 농지 임대차와 사용대차는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농지법상 허용되는 임대차, 금지되는 임대차, 허용되는 사용대차, 금지되는 사용대차. 각각에는 적용되는 법리가 다르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법리를 정확히 구성할 필요가 있다. 2. 농지 임대차·사용대차 계약의 허용여부 가. 농지임대차와 사용대차의 원칙적 금지 농지 임대차나 사용대차는 금지된다.[각주:1]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각주:2] 따라서 농지를 임대하거나 사용대한 자는 ..

민법판례정리 2020.02.22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② - 이행지체

이행지체란 무엇인가 제387조(이행기와 이행지체) ①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②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돈을 받을 날짜가 됐다. 상대방은 천하태평이다. "마, 임마 내가 돈 떼먹겠냐"며 큰 소리친다. 어차피 돈은 갚겠으니, 좀 늦어도 뭔 대수냐는 식이다. 그러나 채무는 제때 이행해야 한다. 약속한 기일이 지나면 채권자는 빌려준 돈을 다른 곳에 활용하지 못한다. 무시할 수 없는 손해다. 이처럼 채무자가 고의·과실로 채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는 걸 이행지체라고 한다. 이행지체는 이행불능과 더불..

민법기초강의 2020.02.22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① - 이행불능

이행불능인지는 사회통념으로 판단한다 당신은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을 하고 싶었다. 공연장 대관업자를 찾아갔다. 대관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계약은 체결됐다. 2025. 2. 6.부터 2025. 7. 9.까지 공연장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공연장에서 불이났다. 공연장 대관업자가 전선관리를 잘못하여 단락이 생긴 것이다. 복구가 한참 걸렸다. 당신은 약속한 날이 되었지만 공연을 하지 못했다.[각주:1] 이행불능은 말 그대로 채무이행이 불가능한 것을 말한다. 만약 이렇게 불가능하게 된 것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면 채무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이행불능은 단순히 '채무이행이 불가능한 상태'만 아니라,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이행불능이 생긴 채무불이행의 유형'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

민법기초강의 2020.02.09

나는 오늘도 야근을 한다.

취직 이후 내 삶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채워졌다. 2년 반을 이렇게 살았다. 변론기일이 다가온다. 보정기일이 다가온다. 서면을 제출한다. 신청서를 작성한다. 기일 하나를 처리하면 다음 기일이 다가온다. 변호사의 주적(主敵)은 상대방이 아니라 마감기한이다. 그동안 내가 거쳐온 마감기일은 얼마나 될까. 나는 오늘도 밤늦게 사무실 내 방을 지킨다. 커서가 깜빡인다. 이것은 신호등으로 따지면 직진 신호다. 이 신호에 맞추어 나는 손가락을 움직인다. 글을 토하고 토해낸다. 음식물을 모두 게워내면 위산이 쏟아지듯이, 내 몸에서 논리를 쭉 토해내고 나면 뇌수마저 쏟아지는 기분이 든다. 위산마저 비워버리면 더 이상 토하기를 멈추듯이, 지면에 모든 단어를 토해놓고 나면 내 글쓰기도 끝난다. 방랑 검객이 지켜야할 것은 자기..

잡글 2020.01.31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의 의의와 유형론

1. 채무불이행의 의의와 유형론 채무자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에선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 덕분에 분쟁이 생기고, 법조인들이 밥을 먹고 산다. 채무자의 잘못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거나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싸잡아 ‘채무불이행’이라 한다.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390조를 보면 알겠지만 민법은 채무불이행을 상당히 포괄적으로 정의한다. 채무불이행이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이다. 현실에서 채무자가 채무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는 방식은 다양하..

민법기초강의 2020.01.27

[민법입문:계약법] 상계

1. 상계란 무엇인가 당신은 내게 10만원을 줘야하고, 나는 당신에게 10만원을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해보자. 원래대로라면 당신과 나는 차근차근히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당신은 내게 10만원을, 나는 당신에게 10만원을 쥐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번거롭다. 귀찮다. 서로 주고받아야할 10만원은 퉁치자. 서로가 지는 두 채무를 없애버리는 것이 간편하다. 이처럼 같은 종류의 채무를 지고 있는 두 사람은 그 채무를 같은 범위에서 없애버릴 수 있다. 이것이 상계(相計)이다. 상계를 하는 사람의 채권을 자동채권(自動債權), 그 상대방의 채권을 수동채권(受動債權)이라고 한다. 앞으로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란 말을 많이 쓸 거다. 익숙하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스스로를 상계하는 사람의 입장에 대입해보자. 그나마 이..

민법기초강의 202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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