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첫구절이다. 교과서에 꼭 실려있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님이 상징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다. 절대자, 부처, 조국, 민족, 연인, 사랑, 생명 등등. 갖다 붙이면 장땡이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한 까닭이다. 이것이 시의 묘미다. 시는 같은 말이라도 사람들이 얼마나 제멋대로 해석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계약내용을 시처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면 큰일이다. 계약은 명확해야 한다. 언어가 가진 다의성을 경계해야 한다. 이걸 위해 중요한 계약을 맺는 사람들은 반드시 계약서를 쓴다. 분명하게 적어놔야 나중에 딴말을 안한다. 그러나 계약서도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말은 ‘아’다르고 ‘어’다르다. 같은 계약서를 놓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