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기초강의

[민법입문 : 물권법] 물권적 청구권

칼린츠 2022. 7. 2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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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권적 청구권

 

제213조(소유물반환청구권) 소유자는 그 소유에 속한 물건을 점유한 자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제214조(소유물방해제거, 방해예방청구권) 소유자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그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

 

 

갑은 땅을 샀다. 갑은 그 땅에 농사를 짓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웬걸? 어떤 놈이 그 땅위에 컨테이너로 가건물을 지어놓았다. 가건물 때문에 갑은 자신의 땅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누군가가 내 물권을 침해할 때가 있다. 이 침해행위를 가만두면 물권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민법은 물권자가 방해자에게 그 방해를 없애달라거나 방해 예방에 필요한 행위를 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런 권리를 물권적 청구권이라고 한다. 물권적 청구권이 있어야 비로소 물권을 실효적으로 지킬 수 있다. 물권적 청구권은 물권의 호위무사다.

 

민법은 제213조와 제214조에서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에 대해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물권적 청구권은 크게 소유물반환청구권, 방해제거청구권, 방해예방청구권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유치권과 질권을 뺀 나머지 물권들에도 준용된다. 그러니 민법 제213조와 제214조의 내용을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⑴ 소유물반환청구권

 

다른 사람이 내 소유 물건을 점유하고 있을 때 소유자는 그에게 물건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제213조). 이것이 소유물반환청구권이다. 만약 A가 소유하는 자전거를 B가 마음대로 가져가 버렸다면 A는 B에게 자전거를 반환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당연히 소유물반환청구권은 ‘소유자’가 그 물건을 현재 점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A가 누군가에게 건물의 소유권을 처분한 상태라면 더이상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A는 그저 ‘예전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일 뿐이지, 현재 소유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을 맺은 뒤 부동산 소유권을 양도할 때는 등기까지 마쳐줘야 완전히 소유권이 넘어간다.[각주:1] 만약 C가 D에게서 건물을 구입하기로 약정하고 잔금까지 모두 줬으나 아직 등기는 마치지 않은 미등기 매수인이라고 하자. 아직 등기를 취득하지 않은 C는 건물 소유자가 아니다. 누군가가 그 건물을 마음대로 점유하고 있더라도 C는 그에게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각주:2]

 

만약 어떤 사람이 물건을 점유하고 있더라도 그 점유자에게 ‘점유할 권리’가 있다면 소유자가 그 점유자에게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 점유할 권리가 점유자의 점유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가령 ① D는 아파트를 소유하는 사람인데, 그 아파트의 임차권을 가지고 있는 임차인 E에게는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임차권은 E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② F가 G에게 아파트를 팔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맺었고, G가 그 아파트 점유를 이전받았으나 아직 이전등기를 마치지는 못한 상태라고 하자. 이때도 G는 매매계약에 따라 점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F는 매수인 G에게 소유물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각주:3]

 

소유물반환청구권과 다른 반환청구권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건물 소유자 A가 B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B가 임차인이 되어 그 건물에서 살았다고 하자. 이후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면 A는 B에게 ‘임대차계약’에 근거하여 건물을 반환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 동시에 A는 그 건물의 소유자이니까 ‘소유권’에 근거해서도 소유물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어떤 권리를 행사할지는 A의 자유이다. 물론 어떤 권리를 행사하든 일단 물건을 반환받으면 다른 권리는 자동 소멸한다. 그 다른 권리도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⑵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은 소유권 실현이 다른 사람의 점유 외의 방법으로 방해되고 있을 때 그 방해의 제거를 구할 수 있는 물권적 청구권이다(제214조 전단).

 

‘방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소유권이 지닌 사용·수익·처분 권한의 어느 한 측면이라도 제한받고 있다면 모두 방해에 해당한다. 만약 A의 땅에 누군가 무허가 건물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고 하자. A는 그 건축주에게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하여 건축주가 무단점유하고 있는 그 땅을 되돌려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 이와 아울러 ‘소유물방해청구권’도 행사하여 A의 토지 사용을 방해하는 그 건물을 ‘철거’할 것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처럼 방해는 사실적인 모습일 수도 있지만 굉장히 추상적인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A가 땅을 소유하고 있는데, B가 서류를 위조하여 마치 자기가 소유자인 것처럼 소유권 등기를 하였다고 하자. 이 또한 A가 땅에 대해 누리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행위다. 등기가 A 명의로 되어 있지 않으면 A가 그 땅을 처분하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A는 B에게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부실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한편, 이미 끝나버린 방해는 더이상 방해가 아니다. 방해제거청구권은 자기가 이미 입은 손해를 배상청구하는 권리가 아니라,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해의 원인을 없애달라고 요청하는 권리다. A가 과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B가 차를 잘못 몰아서 멀쩡하게 서있는 과일 가게 건물을 들이 받았다고 하자. A가 운영하던 과일 가게 건물은 심각하게 파손됐다. 이때 A가 과일 가게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B에게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B의 침해행위는 이미 끝나버렸고, 그 침해행위로 인해 ‘손해’라는 결과만이 남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A는 B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지,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

A는 광명시의 어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광명시는 A에게 연탄재와 같은 쓰레기를 그 토지에 매립하여 양질의 농지로 만들어 주겠다고 제의하였고, A는 여기에 동의했다. 그에 따라 광명시는 이 토지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공사를 완공했다. 그런데 A가 나중에 알고보니, 이 토지에 생활폐기물, 건설폐기물, 사업장 폐기물이 처리하기 곤란한 상태로 혼합하여 매립된 사실을 발견했다. 양질의 농지는 커녕, 쓰레기로 인해 농사를 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화가 난 A는 광명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는 ① 광명시가 쓰레기 매립을 한 불법행위를 하였으니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하였고, ② 광명시가 버린 쓰레기가 토지에 남아 자신의 소유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하여 광명시가 쓰레기를 수거하여 토지를 원상회복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 소멸한 상태였고,[각주:4] 방해배제청구권 주장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서 ‘방해’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침해를 의미하고, 법익 침해가 과거에 일어나서 이미 종결된 경우에 해당하는 ‘손해’와는 다르다.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은 방해결과를 제거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라, 현재 계속되는 방해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권리이다. 방해 결과를 제거하는 것은 손해배상의 영역에 해당한다.

A가 소유한 토지에 A가 동의하지 않은 쓰레기가 매립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과거의 위법한 매립공사로 인해 생긴 결과이므로 원고가 입은 ‘손해’에 해당할 뿐이다. 그 쓰레기가 현재 원고의 소유권에 대해 침해를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본 사건은 A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각주:5]

 

여러분은 위와 같은 대법원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나는 잘 수긍이 안된다. 대법원이 위 판결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방해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침해다. 이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광명시가 쓰레기 매립 행위 자체를 이미 끝냈더라도, 그 쓰레기가 여전히 A의 토지 아래 묻혀있다면 A의 소유권 침해가 현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대법원은 어떤 사람이 남의 토지 위에 건물을 지었다면 토지소유자는 소유권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건물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건축행위를 이미 완료했더라도, 그 건물이 토지 위에 존속하고 있는 한 토지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각주:6] 위 사건도 똑같이 봐야하지 않을까? 쓰레기 매립행위 자체는 이미 끝났더라도 그 쓰레기가 토지 아래에 존속한다면 A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는 현존한다. A는 소유권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⑶ 소유물방해예방청구권

 

소유물방해예방청구권은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자에 대해 그 방해의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구하는 물권적 청구권이다(제214조 후단). A가 소유하는 집 근처에 산이 있는데, 여기에서 B가 기념물을 건축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하자. 만약 B가 그 공사를 위험하게 진행하여 자칫 산이 무너져 A의 집이 휩쓸려 내려갈 위험이 있다면, A는 B에게 소유물방해예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소유물방해예방청구권은 방해의 발생을 기다리지 않고 현재 예방수단을 취할 것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 방해의 염려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방해예방의 소에 의하여 미리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근거 있는 상당한 개연성을 가져야 할 것이고 관념적인 가능성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각주:7]

 

 

 

물권적 청구권의 효용성

 

물권적 청구권이 강력한 까닭은 그 행사요건이 단순하다는 데 있다.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려면 가해자나 채무자에게 고의·과실이 있다는 사정을 입증해야 하고, 손해액이 얼마인지 등도 째째하게 따져봐야 한다.[각주:8] 하지만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 ① 내가 물권자라는 사실과 ② 상대방이 물권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예정이라는 것, 달랑 두 가지만이 요건이다. 이것만 입증하면 충분하다.

 

소유물반환청구권을 예로 들어보자. A가 노트북 소유자인데 B가 그 노트북을 가지고 있어서 A가 B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하자. A는 그저 ① 내가 소유권자이고 ② 상대방이 내 물건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재판에서 승소하여 그 노트북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B가 소유자는 아니지만 그 노트북을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어요…”와 같은 구구절절한 내용은 B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니 물권자 입장에선 물권적 청구권이 상당히 편리한 권리다.

 

게다가 물권적 청구권은 물권이 침해받는 모습에 따라 그에 알맞는 대응을 가능케 한다. 누군가 내 소유물을 가져가 버렸으면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물건을 되찾아 올 수도 있고, 누군가 내 소유물에 부실등기를 하였으면 물권적 청구권으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도 있다. 누군가 내 땅위에 허락도 없이 건물을 지었다면 그 건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도 있다. 물권적 청구권은 그 내용이 고정된 틀에 갇혀있지 않은 ‘유연하고 신축적인 권리’인 것이다.[각주:9]

 

 

  1. 제186조(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 [본문으로]
  2. 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6다214483 판결 [본문으로]
  3. 대법원1996. 6. 25. 선고 95다12682, 12699 판결, 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다42823 판결 [본문으로]
  4.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본문으로]
  5. 대법원 판례 문장을 읽기 편하게 다소 수정했다. [본문으로]
  6. 대법원 1965.6.15. 선고 65다685 판결; 1999.7.9. 선고 98다57457,57464 판결 등 [본문으로]
  7. 대법원 1995.07.14. 선고 94다50533 판결 [본문으로]
  8. 민법 제750조, 제390조 참조 [본문으로]
  9. 양창수, 권영준 공저, 권리의 변동과 구제, 박영사, 426면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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