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기초강의

[민법입문 : 물권법] 소유물반환청구시 부수적 이해관계 조정

칼린츠 2022. 7. 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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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물반환청구를 할 때 부수적인 이해관계 조정

 

소유자가 점유자에게 소유물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점유자에게 점유할 권리가 없다면 점유자는 당연히 그 물건을 되돌려줘야 한다. 가령 A가 소유하는 땅을 B가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자. A가 B에게 소유물반환청구를 하면 당연히 B는 그 땅을 반환해야 한다.

 

그런데 점유자가 그 소유물에서 과실을 취득하거나 사용이익을 얻은 것이 있다면 이것도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문제된다. 예컨대 B가 A에게 땅을 되돌려 줄 때 그 땅을 사용한 이익도 반환해야 할까?

 

 

 

민법 제201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한다. 잘 읽어보면 알겠지만 점유자가 선의인지, 악의인지에 따라 과실을 반환해야 하는지가 다르다. ① 만약 점유자가 선의라면 과실을 취득할 수 있다. 반면, ② 점유자가 악의라면 수취한 과실을 돌려줘야 한다.

 

제201조(점유자와 과실) ①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의 과실을 취득한다.
②악의의 점유자는 수취한 과실을 반환하여야 하며 소비하였거나 과실로 인하여 훼손 또는 수취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과실의 대가를 보상하여야 한다.
③전항의 규정은 폭력 또는 은비에 의한 점유자에 준용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에서 ‘선의’란 ‘무엇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제201조에서 말하는 ‘선의 점유자’란 의미가 조금 다르다. 어째서 점유자가 단지 과실을 수취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만으로 보호해줘야 하는지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말하는 ‘선의’ 점유자란 적극적으로 과실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소유권, 지상권, 전세권, 임차권 등)을 가지고 있다고 잘못 믿은 점유자를 말한다.[각주:1]

 

여기에 더 나아가 대법원은 “민법 제201조의 선의 점유자란 과실 취득권을 포함하는 권원(소유권, 지상권, 임차권 등)이 자기에게 있다고 믿은 점유자를 말하고, 그렇게 믿을만한 정당한 근거도 있어야 한다.”고 한다.[각주:2]

 

따라서 과실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잘못 알았어야 하고,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근거까지 있어야만 선의의 점유자가 되어 과실을 취득할 수 있다. 가령 A가 소유한 토지 위에 B가 송전선을 설치하였다. A가 설치 당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그저 A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B가 토지를 사용할 권원이 있다고 오신한 데 정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는 선의의 점유자가 될 수 없다. 과실 취득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각주:3]

 

 

 

다른 청구권과 경합관계

 

그런데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상대방은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고, 계약이 무효·취소된 때에도 자신이 취득한 물건을 돌려줘야 할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 각각 제548조, 제747조에서 반환범위를 정하고 있다. 각 규정에 따르면 반환범위가 조금씩 다르다. 제201조를 적용할 것이냐, 제548조나 제747조를 적용할 것이냐. 당연히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⑴ 계약이 해제된 경우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A가 B에게 건물을 파는 매매계약을 맺었다. 그 건물을 인도까지 해줬다. 그런데 B가 매매대금을 주지 않았고, A는 계약을 해제했다. 이제 A는 B에게 ‘내 건물을 되돌려달라!’라며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제548조를 보자. 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각 당사자는 선의이든 악의이든 상관없이 받은 이익 전부를 반환해야 한다. 게다가 돈을 돌려줄 때는 그 돈을 받은 날부터 이자까지 덧붙여 반환하라고 규정한다(제548조 제2항). 판례는 제548조 제2항이 돈을 반환할 때 이자까지 덧붙여 돌려주라고 규정하므로, 그에 상응하여 물건을 반환할 때에도 그 과실이나 사용이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선언한다.[각주:4] 따라서 제548조에 따르면 선의인 사람도 물건의 과실이나 사용이익을 되돌려줘야 한다.

 

결국, B가 선의일지라도 제548조에 따르면 건물을 반환할 때 그동안 건물을 사용한 이익을 함께 반환해야 하는 것이다. (건물 사용이익은 사용기간 동안의 임료 상당액이 얼마인지를 계산하여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어랏? 그런데 이러한 결론은 제201조와 충돌된다. 제201조는 점유자가 선의라면 과실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제548조를 적용하면 B가 과실을 반환해야 하지만, 제201조를 적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B가 선의일 때 제548조를 적용해야 할까, 아니면 제201조를 적용해야 할까. 고민이다.

 

판례는 계약을 해제했을 때 제201조보다는 제548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원상회복의무를 규정하는 민법 제548조 제1항 본문은 부당이득에 관한 특별규정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그 이익 반환의 범위는 이익의 현존 여부나 청구인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특단의 사유가 없는 한 받은 이익의 전부이다”라고 판단한 것이다.[각주:5] 판례에 따르면 B는 건물을 돌려줄 때 건물을 사용한 이익도 반환해야 한다.

 

판례처럼 계약을 해제하여 원상회복을 해야할 때는 제548조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아무래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제201조는 모든 선의 점유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규정인 반면, 제548조는 계약 해제관계만을 다루는 특별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해제관계만을 규율하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이상 제548조에 따라 그 관계를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⑵ 계약이 무효, 취소된 경우

 

제747조(원물반환불능한 경우와 가액반환, 전득자의 책임) ①수익자가 그 받은 목적물을 반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가액을 반환하여야 한다.
②수익자가 그 이익을 반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그 이익의 목적물을 양수한 악의의 제삼자는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반환할 책임이 있다.
제748조(수익자의 반환범위) ①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전조의 책임이 있다.
②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계약이 무효·취소된 경우 학자들은 더욱 뜨거운 논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는 민법 제201조와 민법 제748조의 내용이 충돌하고 있다. 예컨대 C가 D에게 토지를 매도하는 계약을 맺고, 그 땅을 인도까지 해줬다. D는 그 토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C는 여차저차한 이유로 그 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했다. 이제 계약은 소급하여 소멸한다. C는 소유권에 기하여 D에게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D가 법률상 원인 없이 토지를 사용하고 있음을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도 있다. 이때 제201조를 적용하느냐, 제748조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물건을 사용·수익한 D가 반환해야 할 범위가 달라진다.

 

 

 

⒜ 먼저, 물건을 사용·수익한 D가 선의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① 민법 제201조는 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의 과실을 취득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② 민법 제748조 제1항은 선의의 수익자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때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이득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민법 제748조 제1항에 따르면 수익자는 점유물의 과실이 현존한다면 반환해야 한다.

 

D가 선의라고 해보자. ① 민법 제201조에 따르면 B는 과실 취득권이 있다. 토지를 사용한 이익은 과실에 준하므로[각주:6], B는 그 토지 사용이익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 ② 하지만 민법 제748조 제1항에 따르면 D는 현존 이익 한도에서 사용이익을 반환해주어야 한다. 토지를 사용한 이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익이 현존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니 D는 이를 돌려줘야 한다. 제201조에 따르면 D가 토지 사용이익을 반환해야 하는데, 제748조에 따르면 그럴 필요가 없다. 모순이 발생한다.

 

대법원은 둘 가운데 제201조를 우선하여 적용한다. “민법 제201조 제1항에 의하면 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의 과실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건물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그 건물의 과실에 준하는 것이므로, 선의의 점유자는 비록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건물을 점유·사용하고 이로 말미암아 그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그 점유·사용으로 인한 이득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각주:7] 제201조와 제748조 제1항은 명백하게 충돌한다. 하나는 D에게 과실 수취권을 인정하라고, 다른 하나는 부정하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특별조항을 우선하는 것이 맞다. 제201조는 소유물반환관계만을 다루는 특별한 규정이다. 따라서 선의자에 대한 소유물반환관계에는 널리 부당이득관계를 규율하는 제748조 제1항보다는 민법 제201조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 둘째, 물건을 사용·수익한 사람이 악의자라고 해보자.

 

① 제201조 제2항은 점유자가 악의일 때 수취한 과실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② 제748조 제2항은 수익자가 악의일 때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손해배상까지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 중에는 이런 사건이 있었다. E가 소유한 토지 상공에 F 전력공사가 송전선을 설치하여 점유·사용하였다. F는 자신에게 토지의 과실을 취득할 아무런 권원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악의의 수익자’라는 소리다. 이때 ① 제201조 제2항에 따르면 F는 토지의 과실에 준하는 사용이익을 반환하면 된다. 이는 F가 토지를 사용한 기간 동안의 구분지상권에 상응하는 임료액을 구하여 계산해야 할 것이다. 반면, ② 제748조 제2항에 따르면 F는 그 사용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다면 그 손해배상금까지 청구할 수 있다.

 

그럼 제201조 제2항을 적용할 것이냐, 제748조 제2항을 적용할 것이냐. 대법원은 “악의의 수익자가 반환해야 할 범위는 민법 제748조 제2항에 따라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F는 토지 사용이익은 물론, 그 법정이자에 지연손해 배상금까지 반환해야 한다고 보았다.[각주:8]

 

이런 대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제201조 제2항과 제748조 제2항은 명백하게 충돌하는 조항은 아니다. 제201조 제2항은 악의 점유자가 과실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할 뿐이고, 거기에 더해 이자나 손해배상금까지 지급해야 하는지는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F가 악의일 때 제201조 제2항에 따라 토지 사용이익을 반환해야 하고, 제748조 제2항에 따라 그에 대한 이자를 덧붙여 돌려줘야 하며 손해가 있을 때는 손해배상까지 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제201조 제2항과 제748조 제2항을 조화롭게 해석하는 길이다.[각주:9]

 

결론적으로 판례는 점유자가 선의일 때 과실 수취권을 인정하는 제201조 제1항을 우선적용하고, 점유자가 악의일 때는 과실, 이자를 반환토록 하고 손해배상까지 명함으로써 제201조 제2항과 제748조 제2항을 중복적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1. 대법원 1969. 9. 30. 선고 69다1234 판결 [본문으로]
  2. 대법원 2000.03.10. 선고 99다63350 판결,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27069 판결 [본문으로]
  3.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27069 판결 [본문으로]
  4. 대법원 1997. 12. 9, 선고 96다47586 판결 [본문으로]
  5. 대법원 1998.12.23. 선고 98다43175 판결, 대법원 1997. 12. 9. 선고 96다47586 판결, 대법원 2014.03.13. 선고 2013다34143 판결 [본문으로]
  6.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4290 판결 [본문으로]
  7.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4290 판결 [본문으로]
  8.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61869 판결 [본문으로]
  9. 김재형, 점유자의 소유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범위 - 민법 제201조와 제748조의 관계를 중심으로 -, 법조(통권 561호), 법조협회, 2003년, 63~75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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