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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글쓰기

실장님이랑 밥먹다가 들은 이야기다. 거래처 직원이 실장님에게 이런 말을 하더란다. 그 직원이 법원에서 변론하고 있는 나를 봤단다. 얼굴이 얌전했단다. 그런데 조곤조곤 할말은 다 하더란다. 그게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칭찬을 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칭찬은 받았지만, 사실 나는 말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어쩔 수 없어서 말하는 거다. 법원에서도 꼭 필요한 말만한다. 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말, 그런 말만 한다. (사실, 판사들도 바빠서 당사자들의 말을 듣기 귀찮아 하는데, 그 얼굴에 대고 길게 말하는 것도 고역이다.) 만약 변호사가 말하는 직업이었다면 나는 금방 때려쳤을 거다. 다행히도 한국은 구술변론이 발달하지 않았다. 공방은 거의 모두 서면으로 이루어진다. 미드에서 나오는 변호사는 멋지다. ..

잡글 2020.04.04

[민법입문:계약법] 손해배상① - 금전배상주의, 손해의 종류, 손해배상 범위

[민법입문:계약법] 손해배상① - 금전배상주의, 손해의 종류, 손해배상 범위 1. 금전배상주의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을 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자. 손해배상청구란 ‘당신의 잘못으로 내가 손해를 입었으니, 그 손해를 돈으로 갚아달라는 청구’이다(제394조). 그 손해를 ‘돈’으로 갚아달라고 청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민법은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을 하였을 때 그 물건을 수리하거나 대체물을 구해오라는 등 원상회복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깔끔하게 돈으로 갚으라고 명한다. 원상회복의무보다는 돈으로 처리하..

민법기초강의 2020.04.04

[민법판례정리] 민법 제393조가 정하는 '특별한 사정'의 예견시기 -대법원 1985.09.10. 선고 84다카1532 판결

[민법판례정리] 민법 제393조가 정하는 '특별한 사정'의 예견시기 -대법원 1985.09.10. 선고 84다카1532 판결 - 2012년 사법시험 1차 민법 제393조 제2항 소정의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시기는 원심판시와 같이 계약체결당시가 아니라 채무의 이행기까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1. 사실관계 쟁점과 관련된 사실관계만 간단히 추려보자. ① 피고는 1982년 7월 1일 원고에게 자기 소유 토지와 건물(이하 '이..

민법판례정리 2020.03.20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③ - 불완전이행, 이행거절

1. 불완전이행도 있다!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이다. 이행기가 되었는데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지체다. 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불능이다. 이행지체와 이행불능만 있으면 모든 채무불이행 상황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이행지체와 이행불능 말고도 다른 방법으로 채무를 불이행할 수도 있나? 물론이다. 아래 사례를 보자. A가 B에게 말 사료로 옥수수를 팔기로 했다. A는 옥수수를 인도했고, B는 그 옥수수를 사료로 먹였다. 그런데 거기에 독성이 있는 피마자 열매가 껴 있었다. 그걸 먹은 B의 말들은 죽어버렸다. A는 어떤 채무불이행을 한 것일까. 일단 이행불능은 아니다. 옥수수 넘기는 일은 가능했고, 실제로도 넘겼으니까. 이행지체도 아니다. 변제기에 맞춰 옥수수..

민법기초강의 2020.03.08

불완전이행이란 무엇인가

1. 불완전이행이란 개념의 발전 A가 B에게 말 사료로 옥수수를 팔기로 했다. A는 옥수수를 인도했고, B는 그 옥수수를 사료로 먹였다. 그런데 거기에 독성이 있는 피마자 열매가 껴 있었다. 그걸 먹은 B의 말들은 죽어버렸다. 이것은 어떤 유형의 채무불이행인가. 일단 이행불능은 아니다. 옥수수를 넘기는 채무이행을 했으니까. 이행지체도 아니다. 변제기에 맞춰 옥수수를 제때 이행했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채무불이행을 무엇으로 보아야 하느냐. 독일의 천재 변호사 헤르만 스타웁(Hermann Staub)은 「적극적 계약침해 및 그 법률효과에 관하여」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한다. 여기서 ‘적극적 계약침해’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든다. 적극적 계약침해란 위 사례처럼 채무자가 불완전한 이행행위를 하여 채권자에..

민법판례정리 2020.03.08

농지 임대차·사용대차의 임차인이나 차주에게 인도청구 소송을 하기 전 체크할 법리

1. 들어가며 만약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농지를 되돌려 주지 않는다면 토지 인도 청구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농지법은 농지 임대차와 사용대차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므로 농지 임대차와 사용대차는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농지법상 허용되는 임대차, 금지되는 임대차, 허용되는 사용대차, 금지되는 사용대차. 각각에는 적용되는 법리가 다르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법리를 정확히 구성할 필요가 있다. 2. 농지 임대차·사용대차 계약의 허용여부 가. 농지임대차와 사용대차의 원칙적 금지 농지 임대차나 사용대차는 금지된다.[각주:1]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각주:2] 따라서 농지를 임대하거나 사용대한 자는 ..

민법판례정리 2020.02.22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② - 이행지체

이행지체란 무엇인가 제387조(이행기와 이행지체) ①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②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돈을 받을 날짜가 됐다. 상대방은 천하태평이다. "마, 임마 내가 돈 떼먹겠냐"며 큰 소리친다. 어차피 돈은 갚겠으니, 좀 늦어도 뭔 대수냐는 식이다. 그러나 채무는 제때 이행해야 한다. 약속한 기일이 지나면 채권자는 빌려준 돈을 다른 곳에 활용하지 못한다. 무시할 수 없는 손해다. 이처럼 채무자가 고의·과실로 채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는 걸 이행지체라고 한다. 이행지체는 이행불능과 더불..

민법기초강의 2020.02.22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① - 이행불능

이행불능인지는 사회통념으로 판단한다 당신은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을 하고 싶었다. 공연장 대관업자를 찾아갔다. 대관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계약은 체결됐다. 2025. 2. 6.부터 2025. 7. 9.까지 공연장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공연장에서 불이났다. 공연장 대관업자가 전선관리를 잘못하여 단락이 생긴 것이다. 복구가 한참 걸렸다. 당신은 약속한 날이 되었지만 공연을 하지 못했다.[각주:1] 이행불능은 말 그대로 채무이행이 불가능한 것을 말한다. 만약 이렇게 불가능하게 된 것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면 채무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이행불능은 단순히 '채무이행이 불가능한 상태'만 아니라,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이행불능이 생긴 채무불이행의 유형'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

민법기초강의 2020.02.09

나는 오늘도 야근을 한다.

취직 이후 내 삶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채워졌다. 2년 반을 이렇게 살았다. 변론기일이 다가온다. 보정기일이 다가온다. 서면을 제출한다. 신청서를 작성한다. 기일 하나를 처리하면 다음 기일이 다가온다. 변호사의 주적(主敵)은 상대방이 아니라 마감기한이다. 그동안 내가 거쳐온 마감기일은 얼마나 될까. 나는 오늘도 밤늦게 사무실 내 방을 지킨다. 커서가 깜빡인다. 이것은 신호등으로 따지면 직진 신호다. 이 신호에 맞추어 나는 손가락을 움직인다. 글을 토하고 토해낸다. 음식물을 모두 게워내면 위산이 쏟아지듯이, 내 몸에서 논리를 쭉 토해내고 나면 뇌수마저 쏟아지는 기분이 든다. 위산마저 비워버리면 더 이상 토하기를 멈추듯이, 지면에 모든 단어를 토해놓고 나면 내 글쓰기도 끝난다. 방랑 검객이 지켜야할 것은 자기..

잡글 2020.01.31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의 의의와 유형론

1. 채무불이행의 의의와 유형론 채무자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에선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 덕분에 분쟁이 생기고, 법조인들이 밥을 먹고 산다. 채무자의 잘못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거나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싸잡아 ‘채무불이행’이라 한다.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390조를 보면 알겠지만 민법은 채무불이행을 상당히 포괄적으로 정의한다. 채무불이행이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이다. 현실에서 채무자가 채무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는 방식은 다양하..

민법기초강의 202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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