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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기초강의 44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① - 이행불능

이행불능인지는 사회통념으로 판단한다 당신은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을 하고 싶었다. 공연장 대관업자를 찾아갔다. 대관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계약은 체결됐다. 2025. 2. 6.부터 2025. 7. 9.까지 공연장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공연장에서 불이났다. 공연장 대관업자가 전선관리를 잘못하여 단락이 생긴 것이다. 복구가 한참 걸렸다. 당신은 약속한 날이 되었지만 공연을 하지 못했다.[각주:1] 이행불능은 말 그대로 채무이행이 불가능한 것을 말한다. 만약 이렇게 불가능하게 된 것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면 채무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이행불능은 단순히 '채무이행이 불가능한 상태'만 아니라,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이행불능이 생긴 채무불이행의 유형'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

민법기초강의 2020.02.09

[민법입문:계약법] 채무불이행의 의의와 유형론

1. 채무불이행의 의의와 유형론 채무자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에선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 덕분에 분쟁이 생기고, 법조인들이 밥을 먹고 산다. 채무자의 잘못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거나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싸잡아 ‘채무불이행’이라 한다.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390조를 보면 알겠지만 민법은 채무불이행을 상당히 포괄적으로 정의한다. 채무불이행이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이다. 현실에서 채무자가 채무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는 방식은 다양하..

민법기초강의 2020.01.27

[민법입문:계약법] 상계

1. 상계란 무엇인가 당신은 내게 10만원을 줘야하고, 나는 당신에게 10만원을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해보자. 원래대로라면 당신과 나는 차근차근히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당신은 내게 10만원을, 나는 당신에게 10만원을 쥐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번거롭다. 귀찮다. 서로 주고받아야할 10만원은 퉁치자. 서로가 지는 두 채무를 없애버리는 것이 간편하다. 이처럼 같은 종류의 채무를 지고 있는 두 사람은 그 채무를 같은 범위에서 없애버릴 수 있다. 이것이 상계(相計)이다. 상계를 하는 사람의 채권을 자동채권(自動債權), 그 상대방의 채권을 수동채권(受動債權)이라고 한다. 앞으로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란 말을 많이 쓸 거다. 익숙하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스스로를 상계하는 사람의 입장에 대입해보자. 그나마 이..

민법기초강의 2020.01.26

[민법입문:계약법] 변제제공, 채권자지체

채권자가 변제받기를 거절할 때는 어찌해야하나 변제는 채무자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채무자가 빌린 돈을 되돌려주고, 인도하기로 한 물건을 제때 넘겨주면 그만 아닌가? 그러나 채무자가 돈이나 물건을 주려면 일단 채권자가 그걸 받아야 한다. 채무자는 주려고 애쓰는데, 채권자가 도망다니면서 변제받기를 거부한다면 채무자로서 변제를 할 수 없다. 의사가 손님을 치료하려면 손님은 자기 신체를 내보여야 하고, 정원사가 고객의 정원을 손질하려면 고객이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줘야 한다. 이처럼 오직 채무자 혼자 변제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채권자가 도와주어야 한다. 만약 채권자가 도와주지 않아 채무자가 변제를 할 수 없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령 A와 B가 매매계약을 맺었다고 해보자. 이제 ..

민법기초강의 2020.01.12

[민법입문:계약법] 변제와 변제자대위

[민법입문:계약법] 변제와 변제자대위 변제와 동시에 채권은 죽는다 변제는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돈을 빌린 사람은 돈을 갚는다. 고용계약을 맺은 사람은 일을 한다. 공사를 해주기로 약정한 사람은 공사를 끝마친다. 이것이 변제다. 이렇게 채무를 이행하면 채권은 목적을 달성한다. 목적을 달성한 채권은 소멸한다. 예를 들어 내가 당신한테 돈을 받기로 했다. 나는 당신한테서 약속했던 금액을 다 받았다. 이제 내가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은 변제로 없어진다. 내게 더이상 채권이 없으니, 당신한테 돈을 또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변제는 채권의 소멸원인이다. 채권은 변제로 최고의 만족을 얻지만 그와 동시에 소멸한다. 인생의 절정기에 죽는 셈이다. 야릇하다. 변제에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구나. 변제장소 변..

민법기초강의 2020.01.07

[민법입문:계약법] 쌍무계약 - 동시이행의 항변권, 위험부담의 법리

1. 쌍무계약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계약은 대부분 ‘네가 주니까 나도 준다’는 관계로 얽혀있다. 매매계약을 떠올려보자. 장사꾼이 손님에게 물건을 주는 건 돈을 받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을 생각해보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집을 쓸 수 있게 하는 건 꼬박꼬박 월세를 받기 때문이다. 도급계약도 마찬가지다. 수급인이 일을 해주는 건 도급인이 보수를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약 당사자가 서로 대가적인 채무를 지는 계약을 쌍무계약(雙務契約)이라고 한다. 쌍무계약에서 발생한 두 채무는 끈끈하게 얽혀있다. 둘은 받기 위해 주는 관계이고, 주니까 받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둘은 한쌍의 커플처럼 다뤄야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생사를 같이하도록 해야한다. 이런 관련성을 두고, 민법학자들은 견련성(牽聯性)이란 멋진 말을 쓴..

민법기초강의 2019.12.29

[민법입문:계약법] 민법의 전형계약

전형계약 vs 비전형계약 계약은 당사자의 합의로 성립한다. 인간의 머리로 상상할 수 있는 계약내용이 얼마나 많겠는가. 계약의 종류는 별자리 숫자만큼 다양하다. 지구상 모든 계약에 대해 법을 만들 수는 없다. 민법은 대표적인 15개의 계약을 뽑아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들은 이란 타이틀 아래에 나온다. 그 15개의 계약은 증여, 매매, 교환, 소비대차, 사용대차, 임대차, 고용, 도급, 여행계약, 현상광고, 위임, 임치, 조합, 종신정기금, 화해이다. 이걸 ‘전형계약(典型契約)’이라 부른다. 반대로 민법에 나오지 않는 계약을 ‘비전형계약(非典型契約)’이라 부른다. 전형계약 규정들은 대부분 임의규정 제105조(임의규정)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

민법기초강의 2019.12.25

[민법입문:계약법] 대리 ② - 표현대리, 무권대리인 책임

표현대리 대리권도 없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해 계약을 맺어봤자, 대리가 적법하지 않다. 계약의 효력은 본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이 사실은 계약 상대방을 두렵게 만든다. 시간과 비용들여 정성스럽게 계약서를 써도, 대리인한테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한푼, 두푼짜리 계약이라면 그나마 괜찮다. 만약 당신이 10억원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는다고 해보자. 약속한 장소에 본인이 아니라 대리인을 자청하는 사람이 나왔다. 당신은 선뜻 계약할 수 있을까? 그러니 상대방을 보호해줘야 한다. 특히 그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었다면 더욱 더 보호해줘야 한다. 이런 사람조차 지켜주지 않는다면 대리제도는 누구도 이용하지 않을 거다. 계약을 할 때마다 “당신 말고 본인을 직접 데려오..

민법기초강의 2019.10.20

[민법입문:계약법] 대리(代理) ① 대리제도, 대리권, 대리권남용

대리제도라는 분신술 제114조(대리행위의 효력) ①대리인이 그 권한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하고 싶은 건 많으나 시간은 부족하다. 하루는 24시간 뿐이다. 더 늘릴 수가 없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음악도 들어야하고, TV도 봐야하며, 공부도 해야하고, 일도 하고, 책도 읽어야 한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 나 대신 내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걱정하지 말라. 민법은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해 ‘분신술’을 두었다. 바로 대리제도이다. 당신은 대리제도를 활용하여 당신의 분신을 수없이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당신이 거실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는 순간에도, 당신의 대리인은 당신을 대신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대리관계는 삼각관계다. 적..

민법기초강의 2019.10.19

[민법입문:계약법] 계약의 해석

님은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첫구절이다. 교과서에 꼭 실려있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님이 상징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다. 절대자, 부처, 조국, 민족, 연인, 사랑, 생명 등등. 갖다 붙이면 장땡이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한 까닭이다. 이것이 시의 묘미다. 시는 같은 말이라도 사람들이 얼마나 제멋대로 해석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계약내용을 시처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면 큰일이다. 계약은 명확해야 한다. 언어가 가진 다의성을 경계해야 한다. 이걸 위해 중요한 계약을 맺는 사람들은 반드시 계약서를 쓴다. 분명하게 적어놔야 나중에 딴말을 안한다. 그러나 계약서도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말은 ‘아’다르고 ‘어’다르다. 같은 계약서를 놓고도 ..

민법기초강의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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